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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950116
· 쪽수 : 307쪽
· 출판일 : 2025-03-25
책 소개
목차
서평
힌두스탄에서 온 편지
인사동 수도 약국 앞에서…수잔과
평창 탁구클럽
김덕남에게 장미를
날자, 나쁜 꿈 꾸지말고
스기
검은극장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네로가 정말 지금 내 곁에 있을까? 나는 그런 의문을 품으며 강화도 마니산의 등산로 중턱쯤을 오르고 있었다. 해발이 높아지자 바람은 먼 데에서부터 사아악하고 나무 스치는 소리를 냈다. 참성단은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름 내내 익을 대로 익어버린 나무들을 스친 바람은 소리에 힘이 묻어 있었다. 나는 내 기억의 저장고에서 아주 힘센 바람을 하나 끄집어냈다. 내게 바람의 추억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센 미시령 통 바람을 지금 마니산 중턱에서 불러내려 하는 건 거의 무의식 적이었다. 아마 네로를 지금 이곳에 있게 하기 위한 내 잠재적 바람이 그렇게 한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 괴물 거북이 네로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한다? 그리고 참성단 꼭대기에서 제 태어난 남태평양 어딘가로 돌려보낸다? 어떻게? 그것은 29만 킬로를 뛴 내 고물 프라이드의 배를 들어 올리던 미시령 통 바람이라면 가능한 것일지도 몰랐다. 마니산에서 내가 바라는 것 또한 그런 바람이거나 그 바람과 버금갈 어떤 힘이다. 내가 네로에 맺혀버린 건 사흘 전의 한 편지 때문이었다.
발신처를 확인하고 웬 인도? 하면서 편지봉투를 열었을 때는 우연찮게도 은행알에서 풍기는 강렬한 악취가 막 시작되는 날이었다. 악취는 조금 열어두었던 창틈으로 얄궂은 짐승의 체취인 양 뛰어 들어왔다. 나는 내 코를 덥석 문 악취에 반항하듯 머리를 두어 번 흔들고 나서야 편지의 첫머리를 읽었다.
형 잘 지내? 나……. 수원이야. 성남에서 미술 선생 하던 이 수원. 놀랐지? 17년 만이군 그랴.
- [힌두스탄에서 온 편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