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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9175204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5-04-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취기가 올라 기분 좋게 쉬고 있던 찰나에 적막을 깨는 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렸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업무 연락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개인용 스마트폰이었다. 화면을 확인해 보니 카나에게 온 전화였다. 카나가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게다가 전화를 했다는 것은 카나가 지금 집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료이치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카나?"
"아빠, 어떡해…. 내가…, 내가…."
카나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카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죽인 것 같아."
료이치는 할 말을 잃었다.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온몸이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어떡해? 나 어떡하지, 아빠…."
"카나, 침착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차분하게 말해봐." 카나는 흐느끼며 말을 이어갔다.
"클럽에 갔는데 어떤 모르는 남자가 말을 걸어서…."
"클럽…?"
카나는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것이 정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말인가?
"응, 그 남자가 음료를 사줘서 마셨는데 그다음이 기억이 안 나…. 정신을 차려보니까 그 남자 집이었는데 나를 덮치려고 했어. 그래서… 거기에 있던 아령으로 그 남자 머리를 때렸어. 있는 힘껏…."
료이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정말이야?"
"응."
카나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 아무래도 죽은 것 같아."
"죽었다고?"
료이치는 멍하니 카나의 말을 되뇌었다.
카나를 위한 일이다.
마음을 굳혔다. 해야만 한다. 성소자의 범행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이미 블랙체리의 멤버 한 명이 살해당했다. 두 번째 희생자가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칼날을 시신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피부의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다. 료이치는 몸서리를 쳤다.
카나를 위해서라고 되뇌이며 간신히 성소자의 표식을 새겼다. 피는 흐르지 않았다. 이미 혈액이 응고되기 시작한 상태였다.
칼을 다시 접어 손수건으로 감싼 뒤 정장 안주머니에 넣었다. 공원 바닥은 부엽토로 덮여 있어 발자국이 남을 걱정은 없어 보였다.
차로 돌아온 료이치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신조차도 간과할 만한 늦은 시간이었다.
차를 몰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제한 속도에 맞춰 차를 운전했다.
아직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앞으로 다시는 원래의 속도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집 앞에 도착한 료이치는 2층을 올려다보았다. 카나의 방은 불이 꺼져 있었다. 쉽게 잠들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평생 편히 잠드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편히 잠들지 못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갈 것이다. 료이치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죄의 무게를 느꼈다.
차고에 차를 세운 뒤 현관에 있던 알코올 소독제를 챙겨 다시 차로 돌아갔다. 뒷좌석을 소독할 생각이었다. 시신을 차에 실어야 했던 불쾌감과 죄책감을 씻어내고 싶었다.
"료이치?"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료이치는 몸이 뛰어오를 만큼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