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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8183071
· 쪽수 : 442쪽
· 출판일 : 2024-02-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p
제1장 여름 5p
제2장 사슬 101p
제3장 불 169p
제4장 분노 285p
제5장 아이 373p
에필로그 437p
리뷰
책속에서
“이 마을 사람들을 믿지 않는 게 좋아.”
미쓰바는 그렇게 말하며 지히로의 시선으로부터 이를 보호하려는 듯 살짝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파우치에 담아 바지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 이 마을 사람들을 믿지 않는 게 좋아.
미쓰바의 말이 지히로의 가슴속에 서서히 퍼져나가며 어렴풋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한통속이 돼서 사람을 죽였거든.”
무슨 말인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침을 삼켜보려 했으나 굳어버린 근육 탓에 목 부근이 움찔거릴 뿐이었다.
사이타마에 있을 때 나는 어떻게 지냈었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했지?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해졌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아, 진짜 짜증 나.”라던 엄마의 예민한 목소리. “너는 네 엄마를 빼다 박았구나.”라던 아빠의 혐오감이 깃든 얼굴.
즐거웠던 일도 분명 많았을 터인데 불쾌한 기억들만 끊임없이 떠올랐다. 애써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려 하자 그것은 자신과 꼭 닮은 다른 누군가의 기억인 양 낯설게 느껴졌다.
정말 즐거운 일이 있기는 있었나? 이런 의문이 커져만 갔다. 마치 내가 나에게서 분리되는 것 같았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지히로는 눈을 꼭 감았다.
눈꺼풀 안쪽의 짙은 어둠 속에서 작은 파편이 나타났다. 미쓰바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치아였다.
어쩌면 살해당한 여자도 흙 속에 파묻혀 이런 식으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 갔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