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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927901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5-06-09
책 소개
목차
PART 1. 창을 여는 마음
청력을 다하다 / 소리를 찾아서 / 소리의 기원 / 펼쳐진 세계 위에서 / 새와 창 / 그녀의 창 / 다정의 운명 / 한 사람 / 영혼의 일 / 노을, 호수, 산책 / 달, 밤, 산책
PART 2.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 두 개의 눈 / 계수나무
PART 3. 쓸 수 없는 문장들
모든 것들의 사이 / 좋아하는 문장 / 거의 없는 문장 / 침묵하는 문장 / 깊어진 침묵 속에서 / 비우는 일 / 쓸 수 없는 문장들
PART 4. 시각을 넘어서
겨울, 돌 / 남아 있는 것들 / 시각을 넘어서 / 분리해서 바라보기 / 확장의 세계 / 존재에 대한 / 삶을 위한 예술 / 밤하늘의 유성우 / 시간의 물결 위에 겹쳐진 장들 / 인간의 시간 / 너무나도 인간의 겨울 / 눈, 사람 / 수국이라는 계절 / 이 겨울이 지나가면 / 기다리는 마음으로 /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모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는 그것을 빠짐없이 옮겨적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세계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을 동원해 완성된다는 사실.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무수한 종들이 어우러져 있는 바로 여기, 다 다른 개별적 시간이 서로를 모르는 채 함께 흐른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삶의 경이로움과 불가사의함을 상상하고, 감탄하며, 우리가 속한 세계와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사유하게 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이러한 가능성 속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질문하며, 순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깊이 새길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이 생에서 발견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라 여긴다. 그리고 그것을, 비록 미미하게라도 인간의 언어로 옮겨 적어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 아무도 모르는 것들을 발견하고 깨우는 마음. 그것이 내 몫이라 여긴다.
언제부터인가 알게 되었다. 존재는 그 무엇도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이름도 불러주어야 이름이 된다는 사실, 눈앞의 것이 살아 있는 풍경이 되려면, 마음을 열어 그것을 꼭 지그시 바라봐 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마음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바라봐야 한다. 세계는 결코 혼자만의 독백으로는 의미가 되지 않으며, 그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이제 나는 혼자 알고 있던 세계의 떨림을 타인과 공명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 글은 그렇게 창을 여는 마음이다.
테이블에 앉아 노트를 읽다가 다시금 덮고 열기를 반복한다. 종이라는 물성은 내밀한 이 공간과 저편의 내가 모르는 공간이 하나로 만나는 창이라는 점이 좋다. 상상은 늘 가능성을 허용한다. 그리고 나는 이미 거기 닿아있는 기분이 든다. 모든 순간, 계속 스쳐 가는 숱한 세계의 창 중에서 잠시 손바닥을 맞댄 채 온기를 교환하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 이들과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거의 모든 대화를 나눈다는 기쁨이 나를 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