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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931290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07-22
책 소개
목차
기획자 코멘트_ 생계형 E라는 교집합
디자이너 코멘트_ 복잡다단한 내가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곳
프롤로그_ 혼자이고 싶지만 고립되고 싶진 않다
1. I형 인간의 직장생활
친구가 별로 없네요?
회사에선 일만 잘하면 되지
그런 솔직함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독립적인 개인주의자로 버티며 살기
사회생활이란 불편한 사람과 밥 먹는 것
회사 안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2. 생계형 E의 작가생활
사람은 좋아하지만 인간관계는 부담스럽고
내가 원하는 내 모습만 보여줄 수 있다면
야망 없는 사람이 오래 일하는 방법
인맥관리 대신 느슨한 네트워킹
팀플은 적성에 안 맞는 줄 알았는데
공평한 협업은 어떻게 가능한가
소속감이 필요하다는 고백
3. I도 E도 결국은 자립생활
어쩌지, 이러다가 독거하겠네
고백받고 차이는 쪽이죠? 네, 완전
외로움은 대비할 수 있는가
의존하는 법을 배워야 자립할 수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핵인싸 할머니
핫플이 힘든 사람은 어디서 놀지?
가족이란 이름의 기한 없는 조별과제
완전히 기댈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장래희망은 동네 손맛 좋은 할머니
언제든 다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이
에필로그_ 혼자와 같이의 유연한 이중생활
저자소개
책속에서
회사는 온갖 특이한 이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인싸의 각축장이었고, 나는 어쩌다 핵인싸의 파티에 끌려온 아싸처럼 어색함을 느꼈다.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혼자 노는 게 가장 재밌었던 나 같은 내향인이 낄 만한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닌가, 라는 근원적인 의심을 한 채 시작한 회사생활이었지만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느라 처음 2년 정도는 고민할 틈도 없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친구가 많지는 않아도, 아예 없지는 않았던 학창 시절처럼 회사에서도 비슷한 애들을 찾아 어울리니 외롭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혼자가 익숙한 내향인이라고 해서 회사생활에 딱히 어려움을 겪거나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었다. 철석같이 그렇게 믿었다. 문제는 똑같은 환경에서 같은 일을 해도 자기 성향에 맞는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단은 하겠는데 앞으로는?지금은 괜찮지만 5년 후, 10년 후까지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점점 더 커졌다.
-'친구가 별로 없네요?' 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화충격을 느꼈다. 어떻게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얘기를 하는 거지? 약점이 될 법한 이야기마저도 점심 저녁으로 거리낌없이 털어놓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화들짝 놀란 마음을 감추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러셨군요. 맞죠. 힘들겠어요.
그 시절 나와 관계를 맺었던 이들은 사람이 아닌 자동응답기를 앞에 두고 혼잣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언짢은 기분을 느꼈을 수도 있다. 어떤 동료는 "당신은 로봇입니까?"라는 뼈 있는 말로 놀리기도 했다. 상호작용이 필요한 대화에서 자주 미끄러지는 기분을 느끼다 보니 동료와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가는 점심시간마저 달갑지 않았다.
- '그런 솔직함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중에서
업무상 이유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으니 내가 먼저 장소를 제안했다. 나에게 익숙하면서 편안한 환경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 약속 장소를 정하는 일은 성가시다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요"라는 말로 운을 떼면 상대는 좋아했다.
낯선 환경에서 불편한 사람과 대면할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해버리는 체질 때문에 곤란한 일도 많았지만, 나에게 불편한 요소를 하나라도 제거하려고 노력하면서 아등바등 사회생활의 수명을 연장해갔다. 사람이 불편하면 장소와 메뉴라도 내 마음이 편안한 쪽으로 골랐고, 소화하기 힘든 메뉴를 먹어야 하는 날엔 대화를 주도하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을 덜 먹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불편한 사람과는 굳이 관계를 이어가려 노력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단순한 이치를 깨달았다(그걸 이제야!).
-'사회생활이란 불편한 사람과 밥 먹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