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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9931278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6-03-31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9931278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6-03-31
책 소개
소비주의와 웨딩 산업 속에서 결혼식의 의미를 묻는다 혼인율은 낮아도 비용은 급등하는 현실과 정보 비대칭 구조를 파헤치고 비교와 경쟁, SNS 전시 속에서 나다운 결혼식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소비주의, 기후위기, 가부장제, 외모지상주의, 지역불균형…
그 한가운데에서 결혼식을 치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완벽한 하루를 위해 설계된 소비의 함정
사랑에 가격을 매기는 산업, K-웨딩을 해부하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세대의 낮은 혼인율, 그리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에 대한 뉴스가 연례행사처럼 보도된다. 한편에서는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웨딩 서비스를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웨딩 산업도 규모가 줄어들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웨딩 산업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물가상승률을 훌쩍 웃도는 속도로 오르고 있다. 패션 업계의 실상을 고발하고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해 온 저자 이소연은 결혼식을 앞두고 받아 든 긴 소비 리스트 앞에서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자리를 위해 끝도 없이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결혼식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이들과 웨딩 업계 관계자 수십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저자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분석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 깨닫는다. 결혼식이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방식 그대로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주도권을 잡고, 개인은 파편화되어 소비자로서 의무가 부여된다. 결혼식도 이러한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각 단계에는 끝없는 선택지가 펼쳐진다.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특별한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결혼식 준비는 1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듯 예비부부를 몰아간다.
“우리는 좁디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모두 같은 모양의 열쇠를 얻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다.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 프러포즈를 위한 대행 업체 계약, 상견례용 원피스 구매, 예물·예단 리스트는 시작일 뿐이다. 하객을 초대하기 위한 청첩장, 청첩장을 만들기 위한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드레스 대여, 드레스 대여를 위한 숍 투어, 숍 투어를 위한 메이크업 예약, 메이크업 예약을 위한 테스트 메이크업, 테스트 메이크업 할인을 받기 위한 패키지 계약⋯⋯. 끝없는 소비의 항연,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의 소중한 결혼식이 놓여 있다.”(25~26쪽)
더 큰 문제는 웨딩 업계가 사람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착취한다는 데 있다. 결혼식은 개인의 삶에서 뜻깊은 의례이며 큰 지출을 감행할 만큼 정성스레 준비하는 행사다. 그래서인지 예비부부들은 여러 불합리를 겪고도 문제 삼지 못한다.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지 못해 휘갈기듯 남긴 스케치를 보고 드레스를 결정해야 하며,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무조건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청첩장에 약도라도 추가하려면 추가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연봉만큼의 큰돈을 지불하면서도 예비부부들은 정확한 계산서를 받아볼 수도 없다. 정확한 내역 대신 끊임없이 날아드는 추가금에 대처하기도 급급하다. 웨딩 업계의 소비자 기만적인 구조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반한다. 이러한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그리고 마치 해답일 것만 같던 법적 규제와 공공 예식장 등의 정책이 정말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저자 이소연은 이 책을 통해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품어왔던 의문들을 해소하고자 한다.
K-웨딩이 드러낸 한국사회의 민낯
비교와 경쟁, 실패에 대한 불안이 만든
‘정답’을 향한 집단적 폭주의 현장을 담다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이 들여다보는 것은 웨딩 산업의 구조적 문제만이 아니다. 저자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한국사회의 오랜 문제들이 결혼식 안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인구와 자원이 모두 수도권으로 쏠리며 발생하는 지역불균형, 과도한 생산과 소비가 초래하는 각종 환경문제, 계급 간 양극화까지 결혼식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가부장제 질서가 반복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성은 결혼 준비에서부터 가사 관리의 주체로 자리매김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해낸다. 웨딩 촬영 일정을 조정하거나, 청첩장 모임 장소를 예약하고, 기한에 맞춰 비용을 결제하는 크고 작은 업무들은 주로 여성의 몫이다. 이러한 역할은 결혼 이후 더욱 공고해진다. 식자재 구매 계획을 세우고, 아이의 학원을 알아보고, 각종 가족 행사 일정을 짜는 일부터 “남편의 감정 치료사이며, 자녀들의 생애 기획을 맡은 매니저이며, 가족의 통장을 굴리는 금융 관리사”의 역할까지.
게다가 결혼식은 완벽주의가 극에 달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이들은 이미 오랫동안 완벽주의에 노출되어 왔다. 높은 성적, 인서울 대학, 대기업……, 자본주의와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과제 수행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결혼, 임신과 출산, 양육도 마찬가지다. 부지런하고 꼼꼼하게 모든 과제를 해내야만 ‘좋은 부부’가 된다는 믿음 속에서, 그 기준에 도달할 수 없다는 감각은 결국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결혼식은 이제 정상성의 경로를 충실히 따라온 이들과 생애 과업을 시도조차 않겠다는 이들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었다.
이처럼 결혼식은 사회 질서를 다시 한번 체화하는 시간이 된다. 이 사실은 현재의 결혼식 문화를 재고하고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을 상상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면, 혹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완벽한 장면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장면들은 당연한 정답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정답이 정말 ‘나’의 것인가. 주어진 경로를 따르는 것과 경로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책은 독자들이 그 차이를 인식하고, 자신의 시선에서 결혼식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SNS가 부추기는 소비 경쟁 시대
축복의 의례에서 전시와 비교의 장이 된 결혼식
한국사회에서 결혼식은 어느덧 “자본과 취향이 기호로 변환되어 전시되는 장의 완벽한 예시”가 됐고 의례로서 본래의 기능과 역할이 희미해졌다. 결혼식장 규모와 위치, 식사, 신랑 신부의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등 어느 하나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하객들은 결혼 당사자들의 ‘취향’을 통해 그들과 부모님의 사회적 위상과 자본력을 자연스럽게 읽어낸다. 게다가 결과물들이 SNS에 게시되어, 나를 잘 아는 사람들부터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본다고 생각하면 완벽한 장면을 연출하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거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주인공으로서 결혼식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눈물로 무너진 메이크업, 어느 하객의 아이보리색 원피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축의금 액수가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면, 그것들로 인해 의례로서의 결혼식에 몰입을 방해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260쪽)
사실 결혼식의 의미를 잃어버린 건 하객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친구를 축하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브라이덜 샤워를 해줘야 할지, 청첩장 모임에 참석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친분의 정도와 청접장 모임 여부에 따라 적정한 축의금 액수를 계산하고, 적당히 격식을 차리면서도 신부와 신랑보다 눈에 띄지 않을 ‘하객룩’을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가방순이’와 ‘부케순이’를 부탁받게 된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다. 결혼 당사자들이 열심히 준비한 결혼식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 소비했던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이것저것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축하와 축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잊은 채로 말이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준비하는 첫 주요 의례이다. 저자가 결혼식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삶의 대소사에 고스란히 이어진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익힌 방식대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상품들을 소비하고, 순간순간을 전시하게 될 것이다.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인생의 단계들을 통과하다 보면 정작 그 삶을 살아가는 ‘나’는 희미해진다.
“결혼식이 끝나면 화이트, 아이보리, 크림색 사이의 벽지를 고민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전 구매를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될 것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그야말로 인생에 한 번뿐인 아이의 백일, 첫돌, 두 돌을 기록하기 위한 아이 옷 대여와 스튜디오 예약을 위해 발품을 팔게 될 것이다. ‘완모’를 위해 새벽 5시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나 유축하고, 언어 학습을 위한 최적의 발달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영어 유치원을 찾아보고, 유기농 재료만을 활용한 이유식 큐브를 직접 만들어 얼리거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동구매를 찾아보고, 그러면서도 피부와 체중 관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189쪽)
‘인생에 한 번뿐’인,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마법 같은 주문들에 대항하는 작은 반란!
완벽함 너머, ‘나다운’ 결혼식의 가능성을 찾다
‘나답다’는 말만큼 뻔한 말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나다움’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불필요한 건 사지 않겠다며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 중인 저자는 진짜 욕망과 유도된 욕망의 경계를 긋는 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진정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례허식뿐인 결혼식이 싫다고 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을 기획하기 위해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는 저자의 고백은 그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틀에 박히지 않은 결혼식을 향한 다짐이 어느새 또 다른 완벽주의가 되어버리고 만다.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는 소화할 수 없을 만큼 흘러넘치고, 타인과의 거리는 가까워지며, 비교는 더욱 쉬워진다. 잘 꾸며진 장면들을 볼수록 “‘남들만큼만’ 하려는 마음과 그중에서도 내가 조금은 더 잘나 보였으면 하는 욕심”이 더해지며 소비 경쟁은 심화된다.
“이런 콘텐츠들은 또 다른 예비신부들의 잠 못 이루는 밤, 어둠 속 빛나는 인스타그램 화면에 찾아가 어스름한 욕망으로 스며든다.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욕구가 순식간에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버린다. 일상의 단면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기꺼이 관찰하고 소비하게 둠으로써, 우리는 왜곡된 욕망을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다.”(35쪽)
그럼에도 저자는 의례가 가진 힘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나다운’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세웠던 기준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도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새로운 시작을 축복할 소중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모님’이 없던 저자의 결혼식에는 친인척들이 옷 입기를 돕고, 친구가 머리를 매만져주고, 부모님의 친구들이 축가를 불렀다.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결혼식은 여전히 가능했다. 사실 결혼식을 치른 이들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가장 기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화려한 장식도, 완벽한 사진도 아니라 자신의 앞날을 축하해 주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너도 나중에 해보면 알 건데 정말 사람이 다 더라고. 서운한 것도, 너무 기쁜 것도 결국 다 사람이야. 준비할 때는 스드메다 뭐다 너무 피곤하고, 다 하기 싫고,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거든. 결혼식 당일도 너무 정신없을 거라고 하도 얘길 많이 들어서 별로 기대도 안 됐어. 근데 결혼식을 마치고 나니까 결국엔 사람들이 내 결혼식에 이렇게 축하해 주러 왔다는 게 너무 고마워지더라. 당일에 노래가 틀리고, 뭐 사회가 어떻고, 이런 건 그냥 아무것도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273쪽)
그 한가운데에서 결혼식을 치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완벽한 하루를 위해 설계된 소비의 함정
사랑에 가격을 매기는 산업, K-웨딩을 해부하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세대의 낮은 혼인율, 그리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에 대한 뉴스가 연례행사처럼 보도된다. 한편에서는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웨딩 서비스를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웨딩 산업도 규모가 줄어들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웨딩 산업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물가상승률을 훌쩍 웃도는 속도로 오르고 있다. 패션 업계의 실상을 고발하고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해 온 저자 이소연은 결혼식을 앞두고 받아 든 긴 소비 리스트 앞에서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자리를 위해 끝도 없이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결혼식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이들과 웨딩 업계 관계자 수십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저자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분석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 깨닫는다. 결혼식이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방식 그대로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주도권을 잡고, 개인은 파편화되어 소비자로서 의무가 부여된다. 결혼식도 이러한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각 단계에는 끝없는 선택지가 펼쳐진다.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특별한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결혼식 준비는 1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듯 예비부부를 몰아간다.
“우리는 좁디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모두 같은 모양의 열쇠를 얻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다.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 프러포즈를 위한 대행 업체 계약, 상견례용 원피스 구매, 예물·예단 리스트는 시작일 뿐이다. 하객을 초대하기 위한 청첩장, 청첩장을 만들기 위한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드레스 대여, 드레스 대여를 위한 숍 투어, 숍 투어를 위한 메이크업 예약, 메이크업 예약을 위한 테스트 메이크업, 테스트 메이크업 할인을 받기 위한 패키지 계약⋯⋯. 끝없는 소비의 항연,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의 소중한 결혼식이 놓여 있다.”(25~26쪽)
더 큰 문제는 웨딩 업계가 사람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착취한다는 데 있다. 결혼식은 개인의 삶에서 뜻깊은 의례이며 큰 지출을 감행할 만큼 정성스레 준비하는 행사다. 그래서인지 예비부부들은 여러 불합리를 겪고도 문제 삼지 못한다.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지 못해 휘갈기듯 남긴 스케치를 보고 드레스를 결정해야 하며,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무조건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청첩장에 약도라도 추가하려면 추가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연봉만큼의 큰돈을 지불하면서도 예비부부들은 정확한 계산서를 받아볼 수도 없다. 정확한 내역 대신 끊임없이 날아드는 추가금에 대처하기도 급급하다. 웨딩 업계의 소비자 기만적인 구조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반한다. 이러한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그리고 마치 해답일 것만 같던 법적 규제와 공공 예식장 등의 정책이 정말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저자 이소연은 이 책을 통해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품어왔던 의문들을 해소하고자 한다.
K-웨딩이 드러낸 한국사회의 민낯
비교와 경쟁, 실패에 대한 불안이 만든
‘정답’을 향한 집단적 폭주의 현장을 담다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이 들여다보는 것은 웨딩 산업의 구조적 문제만이 아니다. 저자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한국사회의 오랜 문제들이 결혼식 안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인구와 자원이 모두 수도권으로 쏠리며 발생하는 지역불균형, 과도한 생산과 소비가 초래하는 각종 환경문제, 계급 간 양극화까지 결혼식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가부장제 질서가 반복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성은 결혼 준비에서부터 가사 관리의 주체로 자리매김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해낸다. 웨딩 촬영 일정을 조정하거나, 청첩장 모임 장소를 예약하고, 기한에 맞춰 비용을 결제하는 크고 작은 업무들은 주로 여성의 몫이다. 이러한 역할은 결혼 이후 더욱 공고해진다. 식자재 구매 계획을 세우고, 아이의 학원을 알아보고, 각종 가족 행사 일정을 짜는 일부터 “남편의 감정 치료사이며, 자녀들의 생애 기획을 맡은 매니저이며, 가족의 통장을 굴리는 금융 관리사”의 역할까지.
게다가 결혼식은 완벽주의가 극에 달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이들은 이미 오랫동안 완벽주의에 노출되어 왔다. 높은 성적, 인서울 대학, 대기업……, 자본주의와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과제 수행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결혼, 임신과 출산, 양육도 마찬가지다. 부지런하고 꼼꼼하게 모든 과제를 해내야만 ‘좋은 부부’가 된다는 믿음 속에서, 그 기준에 도달할 수 없다는 감각은 결국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결혼식은 이제 정상성의 경로를 충실히 따라온 이들과 생애 과업을 시도조차 않겠다는 이들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었다.
이처럼 결혼식은 사회 질서를 다시 한번 체화하는 시간이 된다. 이 사실은 현재의 결혼식 문화를 재고하고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을 상상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면, 혹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완벽한 장면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장면들은 당연한 정답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정답이 정말 ‘나’의 것인가. 주어진 경로를 따르는 것과 경로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책은 독자들이 그 차이를 인식하고, 자신의 시선에서 결혼식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SNS가 부추기는 소비 경쟁 시대
축복의 의례에서 전시와 비교의 장이 된 결혼식
한국사회에서 결혼식은 어느덧 “자본과 취향이 기호로 변환되어 전시되는 장의 완벽한 예시”가 됐고 의례로서 본래의 기능과 역할이 희미해졌다. 결혼식장 규모와 위치, 식사, 신랑 신부의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등 어느 하나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하객들은 결혼 당사자들의 ‘취향’을 통해 그들과 부모님의 사회적 위상과 자본력을 자연스럽게 읽어낸다. 게다가 결과물들이 SNS에 게시되어, 나를 잘 아는 사람들부터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본다고 생각하면 완벽한 장면을 연출하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거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주인공으로서 결혼식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눈물로 무너진 메이크업, 어느 하객의 아이보리색 원피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축의금 액수가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면, 그것들로 인해 의례로서의 결혼식에 몰입을 방해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260쪽)
사실 결혼식의 의미를 잃어버린 건 하객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친구를 축하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브라이덜 샤워를 해줘야 할지, 청첩장 모임에 참석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친분의 정도와 청접장 모임 여부에 따라 적정한 축의금 액수를 계산하고, 적당히 격식을 차리면서도 신부와 신랑보다 눈에 띄지 않을 ‘하객룩’을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가방순이’와 ‘부케순이’를 부탁받게 된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다. 결혼 당사자들이 열심히 준비한 결혼식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 소비했던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이것저것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축하와 축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잊은 채로 말이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준비하는 첫 주요 의례이다. 저자가 결혼식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삶의 대소사에 고스란히 이어진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익힌 방식대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상품들을 소비하고, 순간순간을 전시하게 될 것이다.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인생의 단계들을 통과하다 보면 정작 그 삶을 살아가는 ‘나’는 희미해진다.
“결혼식이 끝나면 화이트, 아이보리, 크림색 사이의 벽지를 고민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전 구매를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될 것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그야말로 인생에 한 번뿐인 아이의 백일, 첫돌, 두 돌을 기록하기 위한 아이 옷 대여와 스튜디오 예약을 위해 발품을 팔게 될 것이다. ‘완모’를 위해 새벽 5시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나 유축하고, 언어 학습을 위한 최적의 발달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영어 유치원을 찾아보고, 유기농 재료만을 활용한 이유식 큐브를 직접 만들어 얼리거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동구매를 찾아보고, 그러면서도 피부와 체중 관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189쪽)
‘인생에 한 번뿐’인,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마법 같은 주문들에 대항하는 작은 반란!
완벽함 너머, ‘나다운’ 결혼식의 가능성을 찾다
‘나답다’는 말만큼 뻔한 말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나다움’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불필요한 건 사지 않겠다며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 중인 저자는 진짜 욕망과 유도된 욕망의 경계를 긋는 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진정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례허식뿐인 결혼식이 싫다고 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을 기획하기 위해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는 저자의 고백은 그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틀에 박히지 않은 결혼식을 향한 다짐이 어느새 또 다른 완벽주의가 되어버리고 만다.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는 소화할 수 없을 만큼 흘러넘치고, 타인과의 거리는 가까워지며, 비교는 더욱 쉬워진다. 잘 꾸며진 장면들을 볼수록 “‘남들만큼만’ 하려는 마음과 그중에서도 내가 조금은 더 잘나 보였으면 하는 욕심”이 더해지며 소비 경쟁은 심화된다.
“이런 콘텐츠들은 또 다른 예비신부들의 잠 못 이루는 밤, 어둠 속 빛나는 인스타그램 화면에 찾아가 어스름한 욕망으로 스며든다.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욕구가 순식간에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버린다. 일상의 단면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기꺼이 관찰하고 소비하게 둠으로써, 우리는 왜곡된 욕망을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다.”(35쪽)
그럼에도 저자는 의례가 가진 힘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나다운’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세웠던 기준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도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새로운 시작을 축복할 소중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모님’이 없던 저자의 결혼식에는 친인척들이 옷 입기를 돕고, 친구가 머리를 매만져주고, 부모님의 친구들이 축가를 불렀다.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결혼식은 여전히 가능했다. 사실 결혼식을 치른 이들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가장 기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화려한 장식도, 완벽한 사진도 아니라 자신의 앞날을 축하해 주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너도 나중에 해보면 알 건데 정말 사람이 다 더라고. 서운한 것도, 너무 기쁜 것도 결국 다 사람이야. 준비할 때는 스드메다 뭐다 너무 피곤하고, 다 하기 싫고,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거든. 결혼식 당일도 너무 정신없을 거라고 하도 얘길 많이 들어서 별로 기대도 안 됐어. 근데 결혼식을 마치고 나니까 결국엔 사람들이 내 결혼식에 이렇게 축하해 주러 왔다는 게 너무 고마워지더라. 당일에 노래가 틀리고, 뭐 사회가 어떻고, 이런 건 그냥 아무것도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273쪽)
목차
● 프롤로그
● 1 결혼 준비의 풍경들
뒤틀린 결혼식의 시작과 끝
프러포즈 대신 해드립니다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브라이덜 샤워
웨딩 박람회에 가다
청첩장은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스드메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특명, 최고의 드레스를 골라라
합리적 소비라는 착각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
예물·예단은 과연 전통일까
돈 넣고 돈 먹는 청첩장 모임 야바위의 늪
어디에서 결혼할 것인가
공공 예식장의 배신
추가금 공격의 창과 방패
정부 규제는 예랑과 예신을 구원할 수 있을까
● 2 결혼식의 주인공은 정녕 신부인가?
‘예신’이 되면 생기는 일
수상할 정도로 완벽히 해내는 여성들
여성 시간의 식민화
‘예신’이 ‘경단녀’가 되기까지
몸에 대한 혐오를 시작으로 완성되는 웨딩드레스
신부 관리 패키지의 족쇄
보이는 대상으로서의 신체
무기력한 신부가 아름답다
결혼은 거래일까 사랑일까?
가방순이와 부케순이의 숙명
자본화된 결혼식의 진짜 비극
“살을 못 빼서 죄송해요”
‘조리원 동기’와 ‘돌준맘’의 등장
“0원으로 스드메 졸업했어요!” 다단계에 빠진 예비신부
소셜 미디어는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는가
● 3 결혼식은 죄가 없다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에 뿌리는 내린 자본
결혼식이 드러내는, 한국사회의 진짜 모습
나다운 결혼식이라는 착각, 취향의 함정
더 많은 선택지는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최선의 ‘신붓감’ ‘신랑감’을 찾아서
웨딩 플래너가 처한 숙명
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이혼식을 위한 피부 관리는 없다
반복의 미덕
풍요의 시대, ‘낭비’의 재정의
● 4 그럼에도 결혼
사실 우리 모두 ‘이모님’이 필요했다
은혜 갚을 결혼식
어떻게 ‘결혼’할 수 있을까
좋은 결혼식을 만드는 단 한 가지 방법
● 에필로그
● 1 결혼 준비의 풍경들
뒤틀린 결혼식의 시작과 끝
프러포즈 대신 해드립니다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브라이덜 샤워
웨딩 박람회에 가다
청첩장은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스드메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특명, 최고의 드레스를 골라라
합리적 소비라는 착각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
예물·예단은 과연 전통일까
돈 넣고 돈 먹는 청첩장 모임 야바위의 늪
어디에서 결혼할 것인가
공공 예식장의 배신
추가금 공격의 창과 방패
정부 규제는 예랑과 예신을 구원할 수 있을까
● 2 결혼식의 주인공은 정녕 신부인가?
‘예신’이 되면 생기는 일
수상할 정도로 완벽히 해내는 여성들
여성 시간의 식민화
‘예신’이 ‘경단녀’가 되기까지
몸에 대한 혐오를 시작으로 완성되는 웨딩드레스
신부 관리 패키지의 족쇄
보이는 대상으로서의 신체
무기력한 신부가 아름답다
결혼은 거래일까 사랑일까?
가방순이와 부케순이의 숙명
자본화된 결혼식의 진짜 비극
“살을 못 빼서 죄송해요”
‘조리원 동기’와 ‘돌준맘’의 등장
“0원으로 스드메 졸업했어요!” 다단계에 빠진 예비신부
소셜 미디어는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는가
● 3 결혼식은 죄가 없다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에 뿌리는 내린 자본
결혼식이 드러내는, 한국사회의 진짜 모습
나다운 결혼식이라는 착각, 취향의 함정
더 많은 선택지는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최선의 ‘신붓감’ ‘신랑감’을 찾아서
웨딩 플래너가 처한 숙명
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이혼식을 위한 피부 관리는 없다
반복의 미덕
풍요의 시대, ‘낭비’의 재정의
● 4 그럼에도 결혼
사실 우리 모두 ‘이모님’이 필요했다
은혜 갚을 결혼식
어떻게 ‘결혼’할 수 있을까
좋은 결혼식을 만드는 단 한 가지 방법
●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인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그날을 위해 마찬가지로 인생에 한 번뿐인 다른 날들을 기꺼이 희생하고 소모하며, 오로지 그날 하루만을 위해 1년여 간의 소비 이어달리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도, 사랑도, 삶도, 모두 소비의 대상이 된다. 가장 씁쓸한 것은 심지어 이 모든 소비를 해내도 우리는 결혼식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프롤로그)
단순히 돈을 많이 쓴다고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프러포즈를 포함한 일련의 준비가 경제적 착취를 넘어 의미의 착취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사랑은 서비스로 구매 가능한 대상이 되어버렸고 모든 감정은 가격이 매겨져 시각화됐다. 이것이 바로 소비주의의 가장 교묘한 폐해다. 소비주의의 핵심은 소유하는 것이 곧 자아라는 착각이다.(1장 결혼 준비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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