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놀랍고도 새로운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로마 세계에 던진 경이와 충격에 관하여)
C. 케빈 로우 | 비아
15,300원 | 20250903 | 9791199437609
그리스도교는 이 세상을 어떻게 새롭게 했는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일으킨 파장에 대한 얇고도 강력한 이야기
‘그리스도교’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누군가는 십자군 전쟁의 피비린내, 권력과 결탁한 제국 교회의 그림자, 종교 재판과 박해의 어두운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고아원을 세우고 병원을 세운 자비의 전통,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 수많은 그리스도교 관련 예술과 문학, 음악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모두 일리가 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어둠과 빛이 뒤얽힌 거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러한 복잡다단한 모습이 드러나기 전에, 권력의 맛을 들여 시시때때로 타락하고, 화려한 성당과 교회를 세우고, 장엄한 신학 체계를 갖추기 이전에 그리스도교에는 ‘놀라움’이었다. 한낱 작은 운동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근본적으로 고대 세계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무엇이 이 집단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는가? 그리스도교의 놀라움을 탐구하는 이 책은, 초기 신자들이 세상에 던진 파장이 얼마나 거대하고 예기치 못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케빈 로우는 듀크 대학교의 신약학자로, 고대 지중해 세계 속 그리스도교 운동에 대해 깊이 탐구해 온 연구자다. 그러나 이 책은 차가운 학술서가 아니다. 그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형성했고, 또 어떻게 주변 세계를 변모시켰는지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들려준다. 단순한 고대사의 재현을 넘어, 독자들이 현재의 세계 속에서 그리스도교 본연의 ‘놀라움’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묻도록 이끈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하느님 없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선물’을 모든 세대에 열려 있는 보편적 진리로 여겼고, 그것을 모든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고 믿었다. 도시와 농촌, 유대인과 이방인, 부자와 가난한 자, 심지어 황제와 노예까지 누구도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그들의 공동체는 서로 아무 연관이 없거나 심지어 적대적이던 이들을 하나의 지붕 아래 모았고, 이 새로운 연대는 인간됨의 의미 자체를 새롭게 보여주었다. 로우는 이 과정을 생생히 묘사하면서, 그리스도교가 단순히 종교적 가르침을 확산시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 사회의 구조를 변형하는 힘을 발휘했음을 강조한다. 고아를 버려두지 않고, 병든 자를 홀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으며, 힘없는 자와 권력자 모두를 복음의 대상이라 여겼던 급진적 태도는, 고대 사회의 규범을 뿌리째 흔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고대의 영광을 회상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로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역사 속 그리스도교가 죄수들을 공동체 속으로 초대하고, 범죄자들을 사랑으로 품어 다른 삶을 제안하고, 법과 의료, 경제 영역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창의적으로 헌신했다면, 오늘의 교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질문은 불편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뼈아프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그리스도교가 세상에 던지는 놀라움이 단순한 ‘사회 프로그램’이나 ‘대안 이론’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리스도교는 희망에 기반을 둔 삶의 방식이다. 죽음과 몰락 앞에서도 하느님의 선하심을 ‘맛보고 보는’ 삶, 바로 그 방식이 세상 한가운데서 교회를 존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놀라움』은 신학과 역사, 사회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업이며 동시에 신학적 글쓰기가 얼마나 생생하게 오늘의 언어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기 드문 사례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이미 오래전에 세상에 도착했으나 여전히 현재성을 잃지 않은 ‘놀라움’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