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존재만으로 (행성 위기, 비인간, 돌봄, 장애에 관하여)
우석영 | 산현재
17,100원 | 20251027 | 9791199029538
2025년 10월 기준, 9개 행성 경계[한계선] 중 7개가 돌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후위기를 정점으로 하는 생태적인 위기가 전 지구적 규모에서 점차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정세만큼이나 지구의 시스템들과 생태계들도 요동 상태에 있다. 어떤 해법이 유효할까? 저자는 (일종의 기술신앙에 근거한) 기술주의적 해법에 반대하며 비기술주의적 해법을 제시한다. 사고와 선호 감각과 욕망의 변화, 그것을 기반 삼고 매개 삼는 생활양식modus vivendi의 변화가 정책 변화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변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어떤 사고가 변해야 할까? 비인간 존재물, 인간, 지구, 우주 전체에 대한 사고는 물론이고, 돌봄과 장애에 관한 통념도 변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비인간 존재물, 인간과 기술, 지구, 우주를 다루며 21세기의 범심론, 화이트헤드 철학을 포함하여 넓은 의미의 새로운 유물론[물질론]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철학, 그리고 객체지향존재론에 주로 기댄다. 한편 지구적 규모에서의 돌봄의 역학, 인간의 취약성, 인간과 장애의 관계, 당대의 자아 지향 문화에 대해서는 후반부에서 다룬다.
책은 비인간과 인간 이해를 위한 담론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지만, 모든 비인간 존재물이 탐구되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주로 논의되는 비인간 존재물은 저자가 행성 위기 시대에 ‘중요한’ 존재물이라고 판단하는 것들에 국한되는데, 지구의 비생물과 생물, 각종 기술물을 포함한 생활 기물, 쓰레기, 음식물이 그것들이다. 특히 저자는 비생물/생물 단절선이 문제의 한 진앙지라고 보며 이것을 무효화하는 데 많은 지적 에너지를 쏟고 있다. 각 장의 앞머리는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와 유관한 미술작품의 소개와 비평으로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