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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01070605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07-09-20
책 소개
목차
1806년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지도
제1부
제2부
제3부
영국왕립협회 회원 에드워드 하우 경의 <용 육종 기술에 관한 소견을 포함한, 동양 용에 관한 고찰>
- 1801년 6월 영국왕립협회에 제출된 자료
번외편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연도표
리뷰
책속에서
용싱은 로렌스를 마땅찮게 여기면서도 매일 아침 용갑판으로 올라와 테메레르에게 중국어를 가르쳤고 지적인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중국 문학 일부를 들려주기도 했다.
처음에 로렌스는 용싱의 그런 행동이 테메레르를 꾀려는 수작인 것 같아서 거슬리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막시무스, 릴리 등과 헤어진 뒤로 침울해하던 테메레르가 중국어를 익히면서 많이 밝아진 것 같아서 로렌스도 무작정 반대할 수가 없었다. 부상 때문에 날지도 못하고 용갑판에만 머물러야하는 테메레르에게서 새로운 지적 활동을 할 기회마저 빼앗고 싶지 않았다. 용싱이 동양적인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로 테메레르의 환심을 사서 로렌스에 대한 신의를 흔들어놓으려 하겠지만, 로렌스는 테메레르가 그 정도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래도 테메레르가 몇날 며칠을 중국어와 중국 문학에 심취해서 지내자 로렌스는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요즘 테메레르는 중국 시를 암송하느라 로렌스와 읽던 책들을 나중으로 미뤄놓기 일쑤였다. 테메레르는 혼자서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용싱이 가르쳐주는 중국 시들을 머릿속에 저장해두고자 했다.
흥분한 테메레르는 고개를 들고 얼굴 주변의 막까지 부르르 떨었다. “인간을 위해 봉사하지 않고 인간의 습관을 배우지도 못한 생물은 지능이 없는 것이니 죽여도 괜찮다는 말이구나?”
그 큰바다뱀의 눈과 마주쳤던 순간 로렌스는 그 눈 속에서 어떤 식의 지능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 점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어떻게 해야 테메레르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그런 뜻이 아니야, 테메레르. 적어도 지능이 있는 생물이라면 우리랑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배웠을 했을 것이고, 그럼 우리도 그런 생물에 대한 소문을 들어 알 수 있었겠지. 용들 중에도 비행사를 태우는 것을 거부하고 인간들이랑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용들이 있어. 그게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있지. 그래도 우린 그런 용들이 지능을 갖지 못한 생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말하다보니 어쩌다가 제대로 된 예를 든 것 같아 로렌스는 마음이 살짝 놓였다. “비행사를 거부하고 인간들이랑 교류하지 않으려는 용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 만약 내가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면 나한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야? 명령 하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공군 소속으로 전투에 나가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면?”
일반적인 경우를 두고 얘기를 해나가다가 테메레르가 갑자기 범위를 줄이며 불길한 질문을 던지자 로렌스는 당황했다.
“용이 사람들이랑 같이 살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어! 로렌스, 오늘 우린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가 있었어. 내가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상점 구경을 하는데도 아무도 날 보고 도망가거나 겁에 질리지 않았잖아. 중국 남부에서도 그렇고 이 베이징 시내에서도 그렇고. 사람들은 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어.”
“미안하다, 테메레르. 내가 잘못 알고 있었어. 여기 와서 보니, 사람들이 용에게 적응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 여기서는 오래 전부터 용들과 한데 어울려 살다보니 사람들도 용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모양이야. 하지만 내가 일부러 너한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건 믿어줘. 영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역시 적응의 문제였구나 싶어.”
“적응을 하면 우리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게 되는데, 영국에서는 왜 우리 용들을 계속 따로 거주하게 해서 사람들에게 용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건지 모르겠어.”
로렌스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며 일어나 방으로 돌아왔다. 생각에 잠긴 테메레르는 늘 하던 대로 저녁을 먹기 전에 눈을 좀 붙인다며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