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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01088891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08-10-22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니, 어떻게 이리에서, 이 촌구석에서 서울대를 가겠다는 거지? 그것도 의대를? 게다가 남자도 아닌 여자가?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말은 안 해도 다들 이렇게 생각했다.
‘오냐, 두고 봐라. 내가 서울대 의대를 가나 못 가나, 두고 보면 알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온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보며 더욱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마침내, 1951년 치열한 전쟁의 와중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경기여고, 이화여고 학생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입학을 했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땅을 내려다봐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 나는 그날, 가능성은 꿈꾸는 사람의 몫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본문 44~45쪽, '촌에서 여자가 무슨 수로 서울대를 가?' 중에서
의사는 환자의 고통과 절박함을 그때그때 해결해주는 봉사자다. 환자들이 의사들 편의를 위해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만큼만 아파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중요한 일이나 명분이 있더라도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있거나, 환자가 있는데 스스로 병원 문을 닫아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의사는 단순한 노동자도 월급쟁이도 아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천직이다. 다른 일은 멈췄다가 다시 할 수 있지만, 한번 떠나버린 생명은 결코 다시 살려낼 수 없다. ― 본문 102~103쪽,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세 가지 원칙' 중에서
처음 환자를 진료할 때였다. 환자의 피부에 청진기를 대자 환자가 움찔 놀라면서 긴장했다. 청진기가 차가워서 그런 것이다. (…) 그래서 착안해낸 것이 내 체온으로 청진기를 데우는 것이었다. 나는 청진기를 늘 내 품속에 넣어두었다가 진료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했다. 그러자 진찰을 받는 환자들의 반응이 즉각 달라졌다. 따뜻하게 데워진 청진기를 피부에 대면 놀라거나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표정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따뜻한 청진기는 환자들에게 내 체온뿐 아니라 마음까지 전해주는 가교가 되었다. ― 본문 135쪽, '가슴속에 따뜻하게 청진기를 품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