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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01110790
· 쪽수 : 524쪽
· 출판일 : 2010-08-3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은 월경의 시작이 그때를 알린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신체적 변화보다 남들이 나를 다르게 본다는 생각, 특히 남자들이 자신을 다른 눈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 때 그 같은 변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 힘의 균형 또한 이동한다. 다시는 그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 옆에 앉은 소녀는 처녀의 몸이 아니지만 이제 다시 한 번 동정의 몸으로 돌아갈 것이다.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래야만 부활에 이를 수 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핀다. 우리 둘뿐이다. 요새 날씨는 평년보다 훨씬 따뜻하지만, 밤이라 그런지 공기가 싸늘하다.
나는 조수석 문을 열고 그녀의 손을 잡는다. 여자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그녀. 천사는 더더욱 아니다. 천사에게는 자유의지란 것이 없으니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미인, 그녀의 이름은 테사 앤 웰즈다. 나의 막달라 마리아.
2천 평방미터 정도의 널따란 수선화 밭 한가운데에 범죄현장이 있었다. 가까이에 가보니 시체가 쉽게 눈에 띄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는 화사한 꽃밭 한가운데에 누워 있었고, 허리께에서 기도 자세로 모아진 두 손 사이엔 검은색 로사리오가 들려 있었다. 제시카는 금방 다섯 단 중 한 단이 없는 것을 알아챘다. 이 소녀의 손도 테사 웰즈처럼 볼트를 박아 기도하는 모양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중략)
제시카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소녀의 손도 테사 웰즈처럼 볼트를 박아 기도하는 모양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현장으로 다가가던 제시카는 다른 형사들에게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번에게 몸을 돌려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을 맡아보신 적이 있습니까?”
번도 오래 생각해볼 것 없는 질문이었다.
“아니.”
번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눈을 감았다. 극심한 편두통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들의 전조등 불빛에 눈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그리고 그 불빛들 사이로 시체의 모습이 보였다. 범죄현장 확보가 끝난 자리에 분필로 그려놓은 사체 윤곽이 아니라, 곧 시체가 될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놈이 테사 웰즈의 팔다리를 기둥 옆에 놓는 모습.
화려한 꽃밭에 니콜 테일러를 누이는 모습.
베서니 프라이스와 날카로운 그녀의 가시관.
피에 흠뻑 젖은 크리스티 해밀턴의 모습.
그들은 모두 ‘대체 왜?’ 하고 묻는 듯한 얼굴로, 놈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마지막 희생자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분명치 않았지만, 번의 눈에 보이는 정도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마지막 소녀는 아주 어리고 작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