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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01115139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10-11-26
책 소개
목차
1장
2장
3장
4장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머릿속의 첫 기억은 어둠으로 시작해.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숨이 막혀 발버둥을 치고 있어. 갑자기 어둠이 걷히고 눈앞에서 엄마의 무표정한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 겨우 다시 숨을 쉬게 된 나는 헐떡거리며 눈물로 흐릿해진 세상을 쳐다보고 있지. 간신히 가슴의 통증이 사라지고 제대로 숨을 쉴 때쯤,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엄마가 비명을 질러대는 거야. 들고 있던 베개를 물어뜯으며 고통스럽게 울음을 토해내. 그 소리가 너무나 무서워서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던 나도 덩달아 목청이 터져라 울기 시작하지. 엄마는 그런 나를 흔들며 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대고 몸부림을 쳐.
“궁금했죠?”
“……?”
“이 사람이 날 어떻게 알지, 왜 하필이면 나지? 그렇게 생각했죠?”
선경을 쳐다보는 그의 눈이 웃고 있었다. 선경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닌 척 태연하고 있고 싶은 맘은 없었다. 적어도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야 면담이 부드럽게 풀려 나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선해 보이는 눈매에 묘한 서늘함이 담겨 있다. 그의 미소도 눈 안의 냉기는 감추지 못했다.
도려내고 싶었다. 조금씩 썩어 들어오는 자신의 머릿속을 도려내고 아줌마에게 대답한 대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온몸으로 퍼져 버린 엄마에 대한 기억은 그의 피와 살, 뼈를 오염시켰다. 그는 빠른 속도로 썩어 가는 자신을 느끼며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날 뼛속을 시리게 하는 강물 속에서 병도는 깨달았다. 떠나야 한다. 그도 강물에 버려진 썩은 사과와 다를 바 없다. 남아 있어 봐야 아줌마와 누이들에게 썩은 내를 풍기며 피해를 줄 뿐이다. 시간이 지나 아줌마도, 누이도 썩게 만들지 모른다. 그럴 수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