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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41607272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4-09-30
책 소개
목차
냄새 없애는 방법
정글 속에는 악마가 산다
목련이 피었다
유빙의 시간
돌아와, 그레텔
별의 궤적
그녀의 취미생활
장미정원의 가족사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도 해피엔딩
죽일 생각은 없었어
나의 여자친구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곳은 지루한 곳이다.?나 같은 젊은 여자에게는.
시간은 끔찍할 만큼 느리게 흘러가고 자외선에 늘어난 기미와 주름으로 열 살은 더 늙어 보인다.?서른두 살.?도시에서는 젊다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할 수도 있는 나이지만 이곳에서는 젖도 안 뗀 어린애 취급이다.?마을회관에서는 잠시도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안 되는 대기조다.?부녀회장의 말대로?“오십대는 소녀,?육십대는 아가씨,?칠십대는 주부?9단,?팔십대는 어머니”인 세상이다.?그래서 나나 또래들은 마을회관에 가는 것을 꺼린다.?심부름이 싫어서는 아니다.?그보다는 오로지 수다가 유일한 소일거리인 그네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때문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명절 때만 되면 듣는다는 친척들의 인사말과 잔소리를 이곳에서는 매일 듣는다.?오지랖 넓은 이웃사촌들은 어제 본 얼굴인데도 오늘 다시 만나면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젊은 나이에 촌구석에 처박혀서 제대로 일도 안 하고 어쩌려고 그러냐?” “얼른 좋은 사람 만나야지,?한 번 실패한 건 일도 아니다.” “노후를 생각하면 자식이라도 하나 있어야지.”
『그녀의 취미생활』,?「그녀의 취미생활」 중에서
유정은 은우가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차 선생의 이기심에 분노가 일었다.
“그래도 목련꽃을 따서 차를 마셨나요? 그 차를 마시기가 두렵지 않던가요?”
“……”
“해마다 목련이 피었죠. 그때마다 은우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전 당신을 생각할 거예요. 당신이 저지른 일을 생각할 거예요.”
유경은 대답은 듣지 않고 차 선생을 남겨놓은 채 다시 산 위로 향했다. 등뒤에서는 아무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높지 않은 곳이라 곧 능선에 도착했다.
산 위에 올라서자 비로소 산 너머에 뭐가 있는지 보였다.
아파트 단지와 상가, 도로들이 지평선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는 풍경에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들뿐이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온기와 숨결과 웃음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취미생활』, 「목련이 피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