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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0114851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2-07-03
책 소개
목차
Chapter 1 오디세우스는 왜 여신들을 차버렸을까?ː 호메로스
저승으로의 모험|여신의 유혹을 뿌리친 오디세우스|지상 낙원의 나우시카|돌아온 오디세우스
Chapter 2 미소년을 사랑한 철학자ː 소크라테스
그리스 최고의 미소년, 알키비아데스|사랑 경연 대회|사랑이란 아름다움을 낳고 기르는 것|너의 영혼을 돌보라|철인의 최후
Chapter 3 늙은 키잡이는 바람을 읽는다 ː 키케로
노년 예찬?|카토, 소로, 그리고 정약용|하루를 자연처럼 천천히|결국 나도 죽는 것인가?
Chapter 4 다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ː 《주역》
나의 멘토, 《주역》|궁즉변 변즉통|동양 사상의 원류|천년에 한 명만 이해할 수 있는 책
Chapter 5 삶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리요 ː 공자
묵자가 노린 공자의 딜레마|마테오 리치의 합세|공자의 반격: 제사에 담긴 진심|진인사 대천명|우리는 왜 이 모양이 된 걸까?
Chapter 6 모이를 거부하는 새가 창공을 가른다 ː 장자
타고난 아웃사이더|쓸모없는 사람이 돼라|미인이 나타나면 숨는다|가자, 남명으로!
Chapter 7 철학 왕국의 혁명가ː 칸트
칸트에 대한 오해들|칸트의 철학 혁명|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푸는 법|거인, 지다
Chapter 8 신을 죽인 사나이 ː 니체
지상의 삶을 긍정하는 방식|신은 죽었다|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여인|차라투스트라와의 만남|니체에서 사르트르로, 인간 실존의 행로
Chapter 9 악령에 붙들린 자들ː 도스토옙스키
사형대 위에 선 젊은이|《악령》의 탄생|허무주의자와 무신론자|악령에 붙들린 무정부주의자|완전한 자유, 그것의 귀결
Chapter 10 피안으로 건네주는 위대한 노래 ː 싯다르타
고대 인도인의 생사관 | 싯다르타의 혁명적 사유|피안에 이르는 길|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들|‘정각’이란 무엇이냐?
리뷰
책속에서
지금 소크라테스가 심미아스에게 설파하는 철학자의 태도는 현대인의 언어로 바꾸면 무소유다. 산상수훈에서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라며 예수가 설파한 바로 그 무소유 말이다. 몸의 욕구에서 자유로워지길 희구하는 철학자라면 절제와 무소유를 삶의 기본 신조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논변은 그의 생애에서 ‘백조의 노래’와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백조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최후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크라테스는 이 상식을 뒤엎는다. “백조들은 자기들이 죽어야 함을 감지하면 가장 아름답게 노래를 하는데, 이는 자기들이 신의 곁으로 떠나갈 예정이라는 것을 기뻐해서라네.” 죽음에 대한 참으로 아름다우며 소크라테스다운 시詩가 아닐 수 없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소크라테스가 독미나리즙을 마셔야 할 때가 다가왔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혼이 이 지긋지긋한 몸에서 해방되어‘사유하는 순수한 영혼’이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지금 마테오 리치가 열거하는 상제의 사례는 모두 《시경》,《예기》, 《서경》에서 따온 것들이다. 중국의 유가들이 경전으로 숭배하는 사서와 오경 말이다. 은나라의 탕왕이나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은 모두 중국의 성현들이 아닌가? 서양의 하느님은 중국의 고대 성현들이 경모했던 상제와 같은 개념이라고 말하는 신부 앞에서 중국 선비들은 얼마나 난처했을까? “우리 유가는 하느님같은 거 몰라요”라고 말했다 마테오 리치가 “당신들, 유가 맞아? 탕왕과 문왕과 무왕의 후예가 맞아?”라고 쏘아붙일 경우, 뭐라고 대답해야 한단 말인가?
이어 논쟁의 제2탄이 펼쳐지니, 귀신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유가의 비조인 공자가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하라”라고 말했으니, 유가라면 귀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야 옳다. 그러나 마테오 리치는 말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겸손하게, 아주 차분하게.
“저는 큰 나라 중국의 옛날 경서를 두루 살펴보았는데 귀신에 대한 제사는 천자와 제후의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상서》의 <금등> 편에서 주공은 ‘나는 인애하고 조상에게 효도했으며 많은 재능과 재주로 귀신을 섬길 수 있다’라고 말했고, 《시경》에서는 ‘문왕의 혼이 하늘 위에 계시니, 아! 하늘에서 밝으시도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신론적 세계관에 익숙한 동양인들에게‘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선언은 그저 덤덤하게 들릴 뿐이다. 그러나 유신론적 세계관에서 살아온 서양인들에게 신의 죽음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서양인들에게 신은 우주의 창조주였고, 삶의 목적과 의미의 근거였으며, 존재의 토대였다. 아날학파의 저명한 역사가 뤼시앵 페브르는 16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라블레의 종교관을 고찰한 후, 라블레와 동시대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무의미한 세계이며, 문자 그대로 허무한 세계다. 나아가 진리를 향한 철학적 사유를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고, 도덕적 삶을 추구할 이유도 사라진다. 정녕 신이 죽었다면 인간이 존재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신이 죽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