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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01204505
· 쪽수 : 680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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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유레크는 휘청거리며 침대로 나아가는 듯하더니 몇 걸음 못 가서 그 대로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노려보자 롤란드는 놀라 주사기를 떨어뜨린다. 곧바로 몸을 숙여 집으려 하지 만 주사기는 바닥을 또르르 굴러가 버린다.
안데르스가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 주사기를 집어 든다. 두 사람이 몸을 일으켜 다시 창구 쪽으로 돌아설 때 강화 유리 안이 안개처럼 흐려지는 게 보인다. 유레크가 유리 표면을 입김으로 부옇게 만든 뒤 손가락으로 ‘JOONA’라고 쓰고 있다. 안데르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뭐라고 쓴 거죠”
“유나라고 썼잖아.”
“유나”
“제기랄, 저게 무슨 뜻이지?”
부연 입김이 걷히자 유레크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주사 맞은 자리를 들여다보면서 찬찬히 마사지하고 유리 너머로 두 사람을 쳐다본다. 안데르스가 묻는다.
누군가가 선로를 따라 자신을 향해 기어오고 있다. 야심은 뒤로 물러나며 권총을 뽑을 자세를 취한다. 그 사람은 몸을 일으키며 비틀거린다. 젊은 남자다. 남자는 공허한 눈길로 경찰을 응시한다. 수염을 기른 얼굴이 무척 여위고 광대뼈가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숨 쉬는 일조차 버거워 보인다.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내 반쪽이 아직도 땅속에 있어요.”
“어디 다쳤나요?”
“누가요”
젊은 남자가 기침을 하며 다시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어느새 프레드릭이 다가와 손을 권총집에 댄 채 묻는다.
“뭐라고 하는 거야”
야심이 다시 남자에게 묻는다.
“어디 다친 데 없어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요, 전….”
“저희랑 같이 가요.”
야심은 남자가 일어서는 것을 돕다가 남자의 오른손이 피와 눈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는 것을 본다.
“저는 반쪽뿐이에요… 샌드맨이 가져갔어요… 그가 반쪽을 가져갔어요….”
별안간 어디선가 높은 음성으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했고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 같기도 했다. 유나와 사무엘은 발자국을 따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점 점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이 나무 사이로 목격한 광경은 중세의 기괴한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장면과 흡사했다. 그들이 몰래 쫓아온 남자가 얕은 무덤 앞에 서 있었고 무덤 주변에는 갓 파낸 흙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런데 무덤 속에서 수척하고 지저분한 여자가 관 밖으로 나오려고 울부짖으며 무덤가를 필사적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기어오를 때마다 남자는 계속해서 여자를 밀어 넣었다.
황당한 장면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하던 유나와 사무엘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다음 총기의 안전장치를 풀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남자는 무장을 하지 않았으므로 다리를 겨냥해서 쏘아야 한다는 사실을 유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공포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겨누고 말았다.
두 사람은 더러운 눈 위로 몸을 날려 남자를 강제로 엎드리게 한 다음 손목과 발에 재빨리 수갑을 채웠다.
사무엘은 숨을 헐떡이며 서서 남자를 겨냥한 채 비상 통제실에 전 화를 걸었다. 전화를 하는 사무엘의 목소리에서 흐느낌이 느껴졌다.
마침내 유나와 사무엘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연쇄살인범을 잡은 것이다. 그 이름은 유레크 발테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