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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01215747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7-04-05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책속에서
어느 날 그는 내게 털어놓았다.
“꽃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꽃들의 말은 절대로 들으면 안 돼. 꽃들은 그저 바라보고 향기를 맡는 거야. 꽃이 별을 향기롭게 해주었는데 나는 그걸 즐길 줄 몰랐어. 나에게 그토록 거슬렸던 그 발톱 이야기도 불쌍히 여겼어야 했는데…….”
그리고 또다시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하는데! 꽃은 나한테 향기와 고운 빛깔을 주고 있었어. 도망가서는 절대 안 되는 거였어! 그녀의 딱한 속임수 아래 감춰진 다정한 마음을 헤아렸어야 했는데! 꽃들은 정말 모순투성이거든!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기엔 난 너무 어렸어.” -41~42쪽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 수많은 빈 술병들과 꽉 찬 술병들 앞에 조용히 앉아 있는 주정뱅이를 발견하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을 마시지.” 음산한 어조로 주정뱅이가 대답했다.
“왜 술을 마시는데요?”
“잊기 위해서.”
“뭘 잊으려는 건데요?” 벌써 그가 불쌍해진 어린 왕자가 물었다.
“부끄러운 걸 잊으려고.” 고개를 숙이며 주정뱅이가 털어놓았다.
“뭐가 부끄러운데요?” 그를 도와주고 싶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말을 끝낸 주정뱅이는 결정적으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니, 난 친구를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다들 잊어버린 건데,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지.”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만든다고?”
“그렇지. 나에게 너는 아직 수많은 다른 아이와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불과해. 난 네가 필요 없어. 너도 내가 필요 없지. 너에게 나는 수많은 다른 여우와 다를 바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될 거야. 나는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고…….”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야…….”
나는 “물론이지”라고 대답하고는 달빛을 받고 있는 사막의 주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막은 아름다워.” 그가 덧붙였다. 정말이었다. 나는 항상 사막을 사랑했다. 모래 언덕 위에 앉아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뭔가가 빛나는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