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01222936
· 쪽수 : 748쪽
· 출판일 : 2018-04-06
책 소개
목차
모미크
브루노
바세르만
카지크의 삶에 관한 완전한 백과사전(초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모미크는 수수께끼를 풀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부모님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은 이 싸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알아야 할 이유도 없지 않나. 모미크는 빨치산처럼 싸우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그래야 그들이 평생 단 한 번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안심하고,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는 방법을 찾았다. 사실 위험한 방법이지만 모미크는 두렵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긴 한데 다른 방법이 없다.
(…) 어떻게 보면 ‘짐승’을 찾아내서 길들이고, 착하게 만들고, 마음을 고쳐먹게 하고, 사람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게 만들고, ‘저 멀리’에서 있었던 일과 녀석이 사람들한테 한 짓을 털어놓도록 설득하기로 결심한 것이 바로 그때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모미크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지도 한 달, 안셸 할아버지가 온 날로부터 꼬박 한 달이 됐다. 모미크는 아무도 모르게, 집 밑에 딸린 작고 컴컴한 지하실에서 나치 짐승을 키우고 있다. (「모미크」에서)
그리고 그때 모미크는 냄새나고 시커멓고 우스꽝스러운 무닌이 강한 바람을 타고 하늘을 향해 대각선으로, 어떻게 보면 불 수레를 탄 예언자 엘리야처럼, 날아오르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그 순간, 그가 ‘절대로 영원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그 순간에, 모미크는 마침내 깨달았다. 무닌이 실은 라메드바브(삼십육 인의 의인) 같은 일종의 숨겨진 마술사였다는 사실을. 한나 제이트린이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 마녀고, 안셸 할아버지가 지나간 일을 이야기해 주는 역(逆)예언자인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막스와 모리츠나 마르쿠스 씨도 비밀 임무를 맡고 있고, 우연히 여기 있게 된 것이 아니라 모미크를 돕기 위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부모님을 위해 싸우기 전, 나치 짐승을 키우기 전에는 그들이 모미크의 눈에 띈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모미크」에서)
그때 갑자기 그가 팔딱이고 버둥대면서 자신의 가는 몸을 쭉 늘려서 실체화되더니 엄청난 힘에 의해 뒤로 끌어당겨져서 휙 소리와 함께 빨려 들어갔습니다. “브루노!” 나는 외쳤습니다. “잠깐 기다려!” 그가 얼어붙었습니다. 세상도 숨을 멈췄습니다. 바다는 강철빛 푸른색으로 변했죠. “브루노.” 나는 겸허하게 불렀습니다. “이런 순간에 널 붙든 나를 용서해. 하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 혹시 안셸 바세르만이 나이겔이라는 독일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아니?”
브루노는 한쪽 아가미를 회전시키면서 두 눈을 감고 집중했습니다. “그건 정말 멋진 이야기죠. 암, 그렇고말고요.” 그의 이상한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다만 거기엔…… 하! 빌어먹을! 잊어버렸네요!” 그러고는 갑자기 다시 생각난 것처럼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맞아! 그건 그의 이야기의 정수였어요, 슐로마. 매번 잊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 내야 해요!”
“평생 그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도 기억할 수가 있어?”
“물론이죠. 사람이 자기 이름을, 운명을, 마음을 기억하는 것처럼요. 나의 슐로마,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브루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