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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20030260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8-05-0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선택의 기로
제1장: 효도하는 자녀가 부모를 죽인다
제2장: 지나치게 장수하는 사람들
제3장: 부모 자식 간 유대의 함정
제4장: 부모가 먼저 자녀를 버려야 한다
제5장: 우리에게 99세 노인의 자살을 막을 자격이 있는가
제6장: 이제 효도할 이유도 여력도 없다
마치며: 버리지 않으면 내가 버려진다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평생 살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도 않는다. 하물며 간병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은 살인은커녕 범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오히려 성실한 사람이다. 이 사실은 도네가와 신주의 셋째 딸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셋째 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생활보호를 마다했다. 그런데 가족을 집에서 간병한 끝에 결국 피간병인을 살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매년 반복된다는 점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조부가 72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 내 기억에 조부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이따금씩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조부는 도쿄제국대학(도쿄대학의 옛 이름_옮긴이)을 졸업한 분이었지만 당시 내 눈에 그는 사고뭉치 치매노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집에는 조모가 계시고 내 부모가 계셨으며 누이가 있었다. 3세대가 함께 살아 조부를 간병할 여유가 있었고 아버지는 굳이 일을 그만둘 필요가 없었으며 따라서 일가의 생활도 파멸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가정의 힘은 완전히 쇠락했다. 연로한 부부끼리 혹은 연로한 부모와 자녀 한 명으로는 간병을 지속할 수 없다. 언젠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할 결정적인 이유다.
법무사인 지인의 말에 따르면 상속으로 인한 갈등은 유산이 많은 집이 아니라 오히려 유산이 적은 집에서 생긴다고 한다. 언뜻 의외인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선 고액의 유산을 남기는 사람은 생전에 상속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전문가와 상담하여 면밀히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유산이 적으면 고인이 생전에 충분히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상속인도 재산이 적기 때문에 자기 몫이 조금이라도 많아지기를 바란다. 비용이 드는 것을 꺼려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고 상속인끼리 논의를 하면 아무래도 마찰이 생기기 쉽다. 상속 문제로 형제자매가 연을 끊고 갈라섰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린다. 부모로서는 조금이라도 재산을 남기려고 필사적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자식에게 부담을 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