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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5564692
· 쪽수 : 404쪽
책 소개
목차
고귀하고 위대한 자여 ─ 22
그리움 ─ 37
바다보다 더 멀리 ─ 57
내 쪽으로 걸으시오 ─ 71
나쁜 마음 ─ 91
굿바이 ─ 106
진심 ─ 123
짙은 발자국 ─ 143
아무것도 잃지 않아야 ─ 158
얼룩진 백의 ─ 171
붉은 댕기 ─ 187
무너진 담장 너머 ─ 201
마지막 말 ─ 220
하루에 하루를 ─ 233
슬픈 거짓말 ─ 250
사랑하고 있었소 ─ 263
반지 ─ 280
결혼사진 ─ 295
아침 이별 ─ 311
푸른 안개 ─ 324
재회 ─ 339
지키는 이유 ─ 353
핏빛 하늘 위로 ─ 368
씨유 어게인 ─ 382
리뷰
책속에서
“위로는 내가 하려 했는데.”
“이미 했소. 이보다 더 어떻게.”
“이렇게.”
애신이 손을 들어 유진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었다.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유진의 얼굴에 난 상처를 가만히 쓰다듬는 손길이 따뜻했다. 불시에 찾아온 밤손님은 밤보다 더 검은 눈으로 유진을 품고 있었다.
“고귀하고 위대한 자여. 나의 아들아. 네가 어디에 있든 널 위해 기도하마. 기도하지 않는 밤에도 늘 신이 너와 함께하길.”
요셉의 편지가, 기도가 애신을 통해 유진의 가슴에 다시 한 번 새겨졌다. 이 밤만은 신이 자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유진은 애신의 손끝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끝내 눈물을 떨구며 유진이 애신의 손을 잡았다.
-<바다보다 더 멀리> 중에서
애신이 유진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쪽이오. 내 쪽으로 걸으시오.”
“날 쏘려고 했던 여인의 손을 잡으란 말이오?”
“그걸 알고도 내 총구 속으로 들어온 사내의 손을 내가 잡는 거요.”
애신의 검은 눈 안에 유진이 서 있었다. 여인이 손을 내밀지 않았더라도, 여인이 자신의 낭만을 위해, 조국을 위해 유진에게 등 돌렸다고 하더라도 유진은 기꺼이 여인의 뒤에서 여인을 지켜보려 했다. 그쪽으로 걸으려고 했다. 그런데 여인의 손이 제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유진이 애신의 손을 잡아당겼다. 유진의 품 안에 애신이 들어와 안겼다. 빈틈없이 두 사람이 마주 안았다. 마주한 심장 박동에, 숨소리에 둘은 비로소 안도했다.
-<내 쪽으로 걸으시오> 중에서
“내가 이겼소. 내기를 했으니, 소원을 들어주시오.”
“……소원이 무엇이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길 바랐다. 눈을 깜박이는 시간조차 아쉬워졌다. 희성은 담담하려 애쓰며 애신을 향해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 그만 우리, 분분히 헤어집시다. 이제 그대는 나의, 나는 그대의 정혼자가 아니오. 이것이 내 소원이오.”
애신의 믿음에 대한 희성의 답이었다.
어렵게 말을 잇는 희성을 애신은 그저 보았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뒤섞여 애신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희성이 그런 애신에게 당부했다.
“저 문을 나서면 온갖 수군거림이 그대에게 쏟아질 거요. 부디, 잘 버텨주시오.”
“귀하 역시. 내내 고마웠소. 오늘까지도. 진심이오.”
“믿소. 그대가 한때 내 진심이었으니까.”
희성다운 이별이었다. 희성이 제가 좋아하는 꽃처럼, 달처럼 아름다운 미소로 애신에게 화답했다.
-<진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