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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꽃

죽음에 이르는 꽃

로카고엔 (지은이), 민경욱 (옮긴이)
알에이치코리아(RHK)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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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꽃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죽음에 이르는 꽃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25574431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4-11-14

책 소개

일본의 주요 투고 사이트 가쿠요무에서 괴담 리포트에 관한 소설로 호러 팬들의 지지를 얻은 로카고엔이 마침내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신비한 외모의 남성과 맞닥뜨린 사람들이 눈앞에 놓인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결말을 맞이하는지를 그린다.

목차

결산의 관
선택의 상자
귀환의 항아리
분노의 돌
황금잔
천부의 재능
무결의 인간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로카고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소설 투고 사이트 ‘가쿠요무’에 올린 『지독하게 얽혀 버리다: 모처 괴담 리포트』가 “읽으면 절대 잠을 잘 수 없어요” “최근 읽은 책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최악이고 최고”라는 트윗으로 입소문을 타며 화제를 모았다. 2021년, 원고를 엮어 『호네가라미』를 출간해 정식으로 데뷔했다. 기시 유스케, 미쓰다 신조로 이어지는 호러물에 빠져 일하는 틈틈이 습작하다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호러 작가로 성장했다. 괴담 모으기가 취미라고 할 정도로 이 장르에 심취해 있다. 그 밖에 『이단의 축제』 『성자의 떨어진 뿔』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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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인터넷 관련 회사에 근무하며 일본문화포털 ‘일본으로 가는 길’을 운영한 인연으로 번역을 시작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 《외사랑》, 《몽환화》, 《미등록자》, 이케이도 준의 《샤일록의 아이들》,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사카 코타로의 《SOS 원숭이》, 《바이, 바이, 블랙버드》,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야쿠마루 가쿠의 《데스 미션》,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 《류》, 《》, 고바야시 야스미의 《분리된 기억의 세계》, 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아사이 료의 《정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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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머, 고상한 맛이네.”
이 말은 곧, 간이 약하다는 소리다.
“그렇게 아끼지 말고 소금이든 설탕이든 더 써라. 어머님이 절약을 많이 하셨나? 얼마 전에도 고상한 차림이었지?”
이 말은 곧, 우리 집과 어머니가 가난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말이야, 아무래도 이치카가 말이 너무 느린데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겠어.”
남편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의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남편은 더러운 소리를 내며 된장뭇국을 후루룩 마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정리된 옷 서랍에 주저 없이 손을 쑥 집어넣더니 양말을 움켜쥐었다.
남편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나와 이치카와는 눈 한번 맞추지 않고 나가버렸다.
내가 엉망진창이 된 서랍을 바라보고 있는데 시어머니 기미코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시냐고 묻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인네 설교라고 그런 식으로 무시하는데 말이다.”
기미코는 남편과 얘기할 때와 달리 나와 얘기할 때 목소리가 한 톤 낮다.
“무시할 리가 있겠어요.”
애써 밝게 대답했으나 내가 생각해도 목소리가 너무 떨렸다. 게다가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간사이 사투리가 전염된다. 간사이 사람들은 그 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이 쓰는 사투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화가 난다는 길거리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하물며 기미코는 결혼하고 간토에서 산 세월이 더 긴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투리를 고수하는 사람이다.
예상대로 기미코의 성을 돋우고 말았다. 안 그래도 가는 눈을 더 날카롭게 뜨고 나를 노려본다.
“아주 개무시를 하지.”
맞아요. 당신을 정말 멍청한 늙은이라고 생각한다고요.
그렇게 말해버리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그 정도로 강한 성격이라면 얼마나.
“그렇지 않아요.”
입가를 힘껏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입가가 긴장해 부들부들 떨렸다.
기미코는 내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노인네라고 무시하지? 아, 정말 세상 무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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