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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811222
· 쪽수 : 44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첫째로 장미는 위험해. 가시가 있잖나. 만일 입장객이 다치기라도 하면 책임 문제가 생길 걸세.”
“장미 가시! 그건 안 되지.” 이사장보다 더 지긋해 보이는 노이사가 중대한 일이라는 듯한 기세로 책상을 두드렸다. “파상풍의 원인이 되거든.”
“토끼에게 옷을 입혀서 아이들이 쫓게 한다는 것도 문제지. 그들은 요즘 세대의 흐름을 모르는 게 아닐까? 그런 건 동물애호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무로타 여사의 추종자 중에 있잖나, 올빼미의 숲을 지키라느니 뭐라느니 하며 ‘코마타니 교류 플라자’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놈들이.”
“모토하시 이사님, 그 토끼는 인형입니다.”
여자 세 명이 모이면 시끄럽다고 하지만, 평균 연령 예순 대인 남자들도 이렇게 많이 모이면 상당히 시끄럽다. 너구리 부이사장에게 찬동하는 의견이 많은 것이 비위에 거슬렸는지 학 부이사장이 말했다.
“뭐 어때, 한번 시켜 보게. 로쿠로 춤이나 혼성합창단 콘서트의 여흥으로. 입장객 중에는 아이들도 있을 테고.”
그러자 갑자기 이사들의 형세도 바뀌었다.
“그렇군요. 장미 가시는 아프다는 것을 아는 것도 자연학습 중 하나이기는 하니까요.”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아동교육의 일환이라는 걸로 하면 문제는 없을지도 모르겠군. 옷을 입히고 안경을 씌우는 건 어떨까?”
“모토하시 이사님, 그 토끼는 인형입니다.”
형세가 바뀐 것은 이야기 도중에 너구리 부이사장이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너구리가 다시 돌아오자 일동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너구리가 말했다.
“나는 전혀 상관없네.”
문 밖에서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매년 탈 없이 행해져 온 이벤트에 괜히 손을 댔다가 문제나 불평이 발생했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거지?”
침묵이 더욱 무거워졌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