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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25840864
· 쪽수 : 492쪽
· 출판일 : 2011-03-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사하라 시로는 소형차를 운전하며 자신이 오늘 이 지방의 날씨를 완전히 잘못 읽었음을 인정했다.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가는 길이 한겨울 시베리아를 달리는 것과 똑같았다.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가 전방을 백색 스크린으로 만들어 버렸다. 50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앞뒤로 달리는 차를 전혀 볼 수 없다. 아까 잠깐 차를 세웠다가 다시 주행한 이후로 다른 차와 몇 대나 조우했을까. 다섯 대도 채 안 되리라.
평소 교통량이 이럴 리는 없다. 아주 다급한 사정이 있는 운전자가 아니고서는 오늘 같은 날은 차를 끌고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걸 상식적으로 아는 것이다.
지난 10분 사이 눈에 들어오는 민가나 시설의 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도로에 면한 농가와 농가 사이의 거리도 어쩌면 500미터 이상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눈보라 탓에 도로에서 가까운 건물만 눈에 들어와서 그런가. 겉보기보다 인구밀도가 더 높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노면의 현재 적설량은 10센티미터쯤 될까. 사사하라는 되도록 먼저 난 바큇자국을 따라 운전했다. 하지만 지금 운전하는 차는 소형차다. 앞서 난 바큇자국은 중형차 이상의 차가 만든 걸로 보인다. 폭이 다르다. 좌우 어느 한쪽 바큇자국에 바퀴를 올리면 반대편 바퀴는 적설 위를 주행하게 된다. 그로 인해 걸핏하면 핸들이 멋대로 꺾이며 차가 휙 미끄러졌다.
때때로 적설량이 많은 구역이 나타났다. 지형적인 원인으로 그 일대만 눈산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 눈산에 차가 빠지면 골치 아프다. 눈산과 마주칠 때마다 사사하라는 액셀러레이터를 있는 힘껏 밟아 빠져나갔다.
바람이 아까보다 한층 강해졌다. 왼쪽으로 보이는 표지판을 통해 앞에 다리가 있다는 걸 알았다. 유라이바시 다리. 난간 위에 깃발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운전자에게 풍속을 알려 주기 위한 깃발이다. 깃발들은 하나같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격렬히 나부끼고 있다. 사사하라는 속도를 조금 떨어뜨리고 핸들을 고쳐 잡았다.
다리 위는 뜻밖에 적설량이 적었다. 바람에 눈이 날아가 버렸는지도 모른다. 사사하라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다리를 건넜다. 다리에서 강으로 떨어지는 사태만은 절대 피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