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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5014784
· 쪽수 : 684쪽
· 출판일 : 2015-03-0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누군가가 고래고래 다미오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버지의 상관인 경시청 소속 야나카 경찰서 서장이었다. 스기노라는 이름의, 비만인 경시警視다.
서장은 다미오에게 물었다.
“네 아비는 어디 있지? 어디 가 있는 게야!”
명백한 비난조였다.
“아빠는” 하고 다미오는 주위를 재빨리 둘러보고서 말했다. “지금, 방금 전까지 있었어요. 여기서, 다들 떨어져 있으라고.”
“없잖아! 여기는 네 아비가 담당하는 구역이란 말이다. 주재소 바로 옆 아니냔 말이야!”
“있었어요!” 다미오는 말했다. “방금 전까지 여기에 있었어요!”
그때 뭔가가 부서지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다미오가 탑으로 눈을 돌리자 탑의 2층단 처마가 무너져 내리는 참이었다. 불똥이 흩날렸다.
두 사람을 배웅한 후 다미오는 새삼스럽게 불단에 놓인 아버지의 영정을 바라보았다. 다미오에게 있어 유일한 성인 남성의 규범. 어머니와 지금의 삼촌들이 실제보다 더 미화해서 이야기했더라도, 그들이 이야기해준 진짜 경찰관. 그 피를 자신이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다미오는 남몰래 긍지로 삼아왔다. 특히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더욱 강렬하게.
영정을 바라보면서 다미오는 가슴속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내가 경시청 경관이 되고 싶은 이유는 한 가지가 또 있다. 누구에게 말할 생각도 없고, 말해봤자 이해해주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그 또 하나의 이유를 위해 나는 내년에 경시청 경찰관 채용시험에 응시한다…….
팀의 최연소 수사원이 가즈야 옆에 섰다. 뺨이 약간 발그스레하다. 흥분한 모양이다.
그 부하가 말했다.
“그나저나 아슬아슬한 수사였네요.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위법 수사라고 제재가 들어오지나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가즈야가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될 뻔했어.”
“역시 그렇습니까? 저희는 회색지대에서 수사를 했으니까요. 입건하기 위해 위험한 곳까지 발을 들여놓고 말았습니다. 주임님도 그늘에서는 회색이라고들 했어요.”
가즈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경관이 하는 일에 회색지대란 없다. 약간의 정의, 약간의 악행, 그런 일은 없어.”
“그런가요? 솔직히 저는 제가 명도 백 퍼센트의 결백한 흰색이라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명도 영 퍼센트의 검은색도 아니지만요.”
“우리 경관은 경계에 있다. 흑과 백, 어느 쪽도 아닌 경계 위에 서 있어.”
“어느 쪽도 아니라니,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해. 우리가 하는 일을 시민이 지지하는 한, 우리는 그 경계 위에 서 있을 수 있어. 어리석은 짓을 하면 세상은 우리를 검은색 쪽으로 떠밀겠지.”
“모든 것은 세상의 지지에 따른다는 말씀입니까?”
“그게 경관이다.”
부하가 가즈야의 가슴으로 시선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