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26712320
· 쪽수 : 352쪽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네게 화살이 날아오면 그것을 내가 막겠어. 그자가 너를 잡아끌고 가려고 하면, 그것 또한 내가 막겠어. 그자가 살아 있으면 두 발 뻗고 잠을 못 잔다고 했지? 그럼 내가 네가 잠든 시간을 지키겠어. 사막을 여행했을 때처럼 그렇게 밤마다 내가 너를 지키고, 의심스러운 사람이 다가와도 내가 막겠어.”
황금빛 눈동자가 떨려 왔다. 차츰차츰 일그러지는 눈동자가 여러 감정을 띠었다.
“난 네가 떳떳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어. 어디를 가더라도 숨기는 것 없이 지냈으면 좋겠어. 친구로서, 네가 잘못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것을 볼 수가 없어. 너는 네 생각대로 해 주지 않는 내가 야속하겠지만……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어.”
검은색 눈동자가 올곧게 응시해 왔다.
흔들리던 황금빛 눈동자에 분노가 사라졌다. 대신 어이없음이 차올랐다. 아기에는 머리를 푹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라야는 고호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을까. 그 괴물 같은 새끼가, 검투사 짓을 해 먹고 벌어먹던 그 새끼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을까. 또 바람술사인 그 녀석은? 미친놈의 새끼들이 끼리끼리 뭉쳐 있다는 것은 알고나 있을까? 그중에 소란이 비루먹을 정도로 가장 약했다는 것은?
어이가 없지만 아기에는 기뻐졌다.
싸했던 가슴속에 봄기운이 찾아든 것 같았다. 기뻐서 이때까지 느꼈던 섭섭함과 배신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라야는 가벼운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책임감 강한 놈이었다. 지키겠다고 입에 올렸으니 평생을 가도 그 약속을 지킬 녀석인 것이다.
이 약속은 무거운 것이었다.
진왕을 상대로,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기에의 편이 되겠다는 맹세였다. 그리고 아기에는 라야가 이 맹세를 깨뜨리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았다.
“네 말대로 하면 평생 쫓겨 다녀야 해.”
아기에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염색한 갈색 머리카락이 지푸라기처럼 뻣뻣했다. 가슴이 홧홧하게 타올랐다.
“상대는 왕이고, 남은 군위들도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으리만큼 강해. 그놈들이 얼마나 질긴지 알아?”
“그럼 내가 더 강해지면 되겠지.”
간단한 대답이었고, 간단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손바닥이 피로 물들고, 반드시 지쳐서 쓰러질 때가 올 것이다. 그럼에도 라야는 그 길을 가겠다고 말해 왔다.
아기에는 허탈하게 웃으며 나무둥치에 앉았다.
- 4권
비가 내리지 않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그중에는 가족을 위해 겁을 참는 소녀도 있고,
왕에게 원망을 품은 소년도 있으며,
훌륭한 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도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사라졌고,
또 다른 하나는 잊혀 가고 있지만.
절대 잊히지 않은 것들이 가슴속에 그대로 남았다.
- 4.5권
“사례는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말은 느리면서도 또렷이 흘러나왔다. 도와 달라고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치고는 무미건조했지만 어쨌든 간에 의미는 하나였다.
도와주세요.
라야는 황당함에 말을 잃고 그를 보았다.
무사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도 찾지 못한 고귀한 분이 왜 여기서 불쑥 튀어나오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것도 무사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이곳에서, 하필이면 자신을 붙잡고. 라야는 우선 주위를 살펴보았다. 무사들이 보고 혹여 오해라도 산다면 큰일이었다. 무사들이 보이지 않자 라야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다른 분을 찾아보십시오. 저는 부탁을 들어줄 만한 힘이 없습니다.”
“아니요.”
청년이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얼핏 머리쓰개 안으로 금빛 머리카락을 본 것 같았다.
라야는 잘못 본 건가 했지만 확실히 금빛 머리카락이었다. 그것도 아기에와 비슷한 금빛이었다. 저런 금빛은 흔하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끝도 없이 치솟는 와중에 청년이 다시 말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