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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741468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5-09-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글
울지 않는다
십오 분
You look good to me
연인인 척하기
진주 컵
꿈의 파수꾼
낭만 휴일
하트리스
선(線)이 주는 기쁨
슬로 굿바이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바람은 전부 일곱 번이야. 그렇지만 내가 사귀었던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냐. 세이지는 스기모토가 모르는 좋은 점도 있었어.”
돌발적인 분노는 겨우 잠잠해지려고 했다. 목소리의 크기를 바꾸지 않고,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알아. 그렇지만 나쁜 건 하나야. 하나가 울지 않으니까 안 되는 거야. 지금도 세이지를 좋아하면서 그걸 인정하지 않잖아. 심하게 상처 받았으면서 그걸 감추려고 해.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시작하지 못하는 게 있는 거야.”
점점이 떠 있는 등뼈의 돌기 옆에 진한 그림자가 두 가닥 생겼다. 하나의 등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 <울지 않는다>
“난 꽤 즐거운걸. 난 취하면 키스 귀신이 돼 버려. 아까부터 오늘은 누가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냐.”
유미의 눈이 아몬드 모양으로 치켜 올라갔다. 눈동자 역시 구운 아몬드처럼 밝은 갈색. 눈 밑의 볼록한 애교 살이 매서운 인상을 완화해 주었다. 그녀는 나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줄곧 내 눈을 보고 있었다.
“세토, 그거 누군지 알아?”
누구라도 대답을 알 수 있는 수수께끼였다. 나 역시 그렇게까지 둔하지 않다.
“난가.” ― <십오 분>
그 봄날 밤 이후로 나는 미운 오리 새끼와 종종 파라다이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사만 할 때도 있고, 가끔 한 시간 이상 키보드를 두드리며 농담을 하거나 서로 웃기도 하고, 어릴 때 추억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의 거리를 두는 태도에 변화는 없었다. 일정한 선을 넘어 친밀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스스럼없이 틈을 보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애인이 있는 친한 동급생이나 직장 동료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못생겼으니까” 콤플렉스 탓인가 생각했지만, 나는 신중하게 그 화제를 피했다. 섣불리 언급했다가는 그녀가 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풀숲에 숨은 메뚜기 같았다. 멀리서 마른 가지를 밟는 발소리만 감지해도 폴짝 뛰어서 다른 풀로 숨어 버린다. 못생김에 대한 그녀의 신경은 지나치게 예민했다. ― <You look good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