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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7416418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6-02-15
책 소개
목차
플라나리아 | 네이키드 | 어딘가가 아닌 여기 | 죄수의 딜레마 | 사랑 있는 내일
옮긴이의 말 <직업이 없어도 괜찮아>
리뷰
책속에서
첫 수술 때도, 그다음 해의 복원 수술 때도, 가족이며 남자 친구며 친구들이 모두 다 정말 잘해 주었다. 마취제가 몸에 맞지 않아 사방에 토하고 몸 여기저기에 달린 관이 너무 아파 소리 죽여 흐느끼는 나에게 다들 최선을 다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지나고 나자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 선량함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건 한바탕 축제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는 건강해졌으니 자신이 암 환자라고 떠벌리지 말라고 남자 친구도 가족도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라면 어째서 나는 날이면 날마다 어지럼증과 울렁거림과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가. 내 안에서는 그건 아직 전혀 끝난 일이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둔 것은 단순히 일할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다. 모든 게 다 귀찮았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귀찮고 내 손으로 죽는 것도 귀찮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병원에 다닐 것도 없이 암이 재발해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 솔직히 말해 그게 가장 무서웠다. 모순이다. 나는 모순된 나 자신에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무직자가 된 지도 이제 슬슬 두 해째다. 처음에는 ‘34세, 무직’이라는 말이 풍기는 여운이 범죄자처럼 느껴져서 무서웠지만 그것도 금세 익숙해졌다. 내가 생각해도 적응력 하나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대단하다. 이제는 ‘36세, 무직’이 된 내 처지에 몸도 마음도 완전히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