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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7802624
· 쪽수 : 37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고요의 바다
2부 동반자살 시대
3부 승천고개
작품해설 외로운 영혼의 구원 / 박유하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젊은 오카미가 돌아가셨을 때 말이지…… 이 세상은 정말 죽음으로 가득 차서, 죽은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버렸구나 하고 느꼈어. 인류는 영원히 계속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습관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데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에 우선은 힘이 쭉 빠져나갔어. 게다가 난, 살아간다는 실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살아 있는 인간의 사회가 축소하고 있다면 별 의미가 없겠지.(……) 늘어나고 있는 인구 중에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을까? 이 섬나라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부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살아 있음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구가 증가하는 곳이라도 부모가 될 인간이 그런 점을 자각하게 되었다면, 자연스레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겠지. 이 섬나라와 이유는 다를지라도,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에서도 대다수는 목숨에 의미가 없다고 여길 테니까 말이야. 이건 그저 시간문제야. 왜냐면 그런 자각은 인간이 자주적으로 갖게 된다기보다는, 이 세계 자체의 의사(意思)거든
오카미의 장례식 날, 나는 봤습니다, 이 세계는 이미 죽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말았습니다, 이곳은 사후의 세계라는 것을……. 여기는 달의 표면 같은 장소이고, 우리는 ‘조용한 바다’나 ‘풍요로운 바다’의 주민이라는 것을……. 그곳은 일찍이 삶이 보통이었던 무렵의 잔상을 여태껏 붙들어 매어두고 재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플래티나(백금)의 태양 아래, 맨살을 드러낸 열과 빛이 가차 없이 사물을 죄다 태워버렸고, 따라서 우리는 열에 의해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지랑이처럼 허망한 환영이라는 것을……. 이곳은 사후의 세계이기 때문에 아직 살아남은 자들이 죽음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는 사후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저 세상은 아닙니다. 이 세계야말로 사후의 세계인 것입니다.
성숙한 개인으로서 스스로를 제대로 책임지고 돌보면서 살아가는 어른이 몇 명이나 될까요? 우리는 세계에서 삐죽 솟아나와 있는 이 섬에서 어른 흉내를 내면서, 연애 놀이를 하면서, 죽고 싶은 척하면서, 죽은 척하며 놀이에 열중할 뿐인 어린애 집단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어린애가 어린애를 재생산하는, 이 어린애의 섬……. 거기에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 같은 것은 없어요. 어린애 같은 부모는 있어도 진정한 어른 부모는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고아입니다. 우리들의 진정한 어른 부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어딘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