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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7805267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4-02-07
책 소개
목차
행운은 어떻게 생겼을까
8pm on Mar. 20
엄마
11pm on Mar. 20
소녀
꿈
7am on Mar. 21
선택
8am on Mar. 22
10pm on Mar. 23
나의 제자리
8pm on Mar. 24
3am on Mar. 25
6am on Mar. 25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무렵 나는 소녀의 나이였지만 불행하게도 소녀라 불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이해해. 누구라도 내 모습을 보면 ‘소녀’라는 단어를 연상하긴 쉽지 않았을 테니까. 난 그냥 못생긴 계집애였지. 비쩍 마른 데다 피부 빛깔은 거무튀튀하고 까마귀 털처럼 까만 머리칼은 푸석푸석했어. 그래서 까만 멸치가 별명이었는데, 가끔 도시락 폭탄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었어. 거친 말을 싫어하는 애들은 나를 네모난 액자라고 불렀고. 왜냐하면 내 얼굴은 내가 봐도 지나치게 네모났거든. 거기에다 주걱턱이 삐죽 나와 있었고……. 못생겼다고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았어. 못생긴 게 전염되는 것도 아닌데.
돈을 있는 대로 긁어 떠나면서 엄마는 아들에게 닥칠 이 모든 상황을 예견했을까? 아닐까? 엄마가 새로 벌여놓은 미래에 내 자리가 있었을까? 없었을까? 단 두 번의 사랑. 한 번은 유부남과의 불륜. 두 번째는 연하남과의 위험한 도피. 대체 왜, 엄마는 세상의 테두리 안에서 사랑하지 못한 걸까. 나는 엄마의 사랑을 탓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럴 거면 애초에 나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 두 번에 걸친 엄마의 사랑은 모두 내게 치명적이었으니까. 엄마의 첫 번째 사랑으로 나는 평생 아빠 없이 살아야 했고, 두 번째 사랑 때문에 내 남은 삶이 모조리 깨어지게 되었으니까. 나는 엄마의 두 번째 사랑이 자신의 남은 삶과 아들까지 걸 만큼 완전한 것이길 진심으로 바랐어. 그리고 엄마가 다시 불행해지지 않길 빌었어. 엄마에 대한 원망의 마음으로 말이야.
모든 걸 제자리로 되돌려놓고 싶었을 뿐이야. 제자리? 전에 보여줬잖아, 내 사진……. 자, 여기 있어. 다시 보고 싶으면 그러도록 해. 그래, 예쁘지? 나도 알아. 아무 생각 없이 활짝 웃는 눈이랑, 수줍은 소녀처럼 부드럽게 미소 짓는 입이랑, 꿈꾸는 듯 해사한 표정이랑.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그래. 내 삶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갖고 있던 때야. 난 그때 뭐든 할 수 있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었어. 마치 딴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내가 그 세계에 속했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야. 지금은 나도 자꾸 헷갈리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