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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0006859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4-08-1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말과 총(김훈) 8
작가의 말
그가 나를 데리고 연해주로 갔다 10
프롤로그
교전(交戰) 13
1부 운명의 문(門)
대한제국 41
요코하마공원 72
방황彷徨 93
운명의 문 117
결행(決行) 145
2부 혁명의 전선
연해주 169
수청 독립의병대 195
추구예프 계곡 217
진격(進擊) 248
폭풍 속으로 278
사랑과 혁명 305
달빛 유언 337
에필로그
역사는 몸속을 흐른다 363
부록
참고문헌과 인물들에 대하여 368
김경천 연보 37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경천은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숲이 흐릿한 자취를 남기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감미로운 목소리도, 말의 온기도, 통증도 작은 점처럼 점차 사라졌다. 캄캄한 천지에 별들이 은하수처럼 흘렀다. 아버지와 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멀어지고, 정화와 딸아이들의 얼굴도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아늑하고 깊은 잠이었다.
광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치솟아 올라오는 한과 울분과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다. 꾹꾹 눌러 놓았던 독립의 기대와 희망이 바위 같은 누름돌을 벌컥 열어젖히고 솟아 올라왔다. 아, 얼마 만에 느끼는 희열인가. 마음을 누르던 바윗돌 빗장이 열리자 광서의 몸은 날아갈 것 같았다. 손이 떨렸다. 황실유학생으로 기슈마루를 탔던 십수 년 전의 그 설렘이 몸을 감쌌다. 제물포 앞바다 파도가 뱃전을 때렸다.
망명 계획을 은밀히 고백한 그날 밤 광서의 아내는 펑펑 울었다. 운명을 탓하는 울음이었고 운명을 받아들인 울음이었다. 망명이라는 낯설고 막막한 삶 앞에서 두 사람은 어떤 기획도 기약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두 손을 잡고 점점 짙어지는 어둠을 맞이할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봄 새가 울었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