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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102462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4-15
책 소개
목차
편집자 서문
하리 할러의 기록
작품 해설
헤르만 헤세 연보
리뷰
책속에서
이 책에는 한 남자가 남긴 빛바랜 기록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를 ‘황야의 이리’라 불렀고, 그도 자신을 몇 번이나 그렇게 부르곤 했다. 그의 원고에 서문이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황야의 이리가 남긴 글에 몇 자 덧붙여 그에 대한 나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픈 마음이다. 그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의 과거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것이 없고,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호감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할러의 기록에 관해서라면, 일부는 병적이지만 일부는 아름답고도 생각이 깊은 이 놀라운 상상에 관해서라면, 이 말은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 만약 이 글이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왔고 누가 쓴 글인지 몰랐다면 나는 분명 화를 내며 던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할러를 잘 알기에 일부나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에게 동의할 수 있었다. 이 기록에서 한 개인의, 한 불쌍한 정신 질환자의 병적인 상상만을 봤다면 나는 아마 이것을 다른 이에게 전해도 될까 주저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본 것은 그 이상이다. 시대의 기록이다. 지금 나는 안다. 할러의 마음에 깃든 병은 개인의 기벽이 아니라 시대 자체의 병이며, 할러가 포함된 그 세대의 신경증이다. 그 신경증은 절대로 약하고 열등한 개인만 걸리는 병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누구보다 강인하고 가장 지성적이며 가장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 병에 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