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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1024975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5-06-16
책 소개
목차
2부 (상)
책속에서
몇십만의 인간이 좁다란 곳에 모여 서로 밀치락달치락하며 그 땅을 보기 흉하게 만들려고 아무리 기를 쓰고 파헤쳐도, 아무것도 돋아나지 못하게 땅바닥에다 아무리 돌을 깔아도, 그 틈바구니로 싹터 오르는 풀들을 아무리 뽑아버려도, 석탄이나 석유로 아무리 그을려도, 또 아무리 나무를 자르고 짐승과 새들을 모조리 쫓아버려도, 도회지에서도 봄은 정녕 봄이었다.
사람들이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봄날의 아침도 아니고, 온갖 생물의 행복을 위해 신이 마련해준 세계의 아름다움, 곧 평화와 화목과 사랑으로 이끌어주는 아름다움도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서로가 남을 지배하기 위해 그들 자신이 궁리해낸 일들만이 신성하고 중요했다.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자아가 있었다. 하나는 남에게 행복이 되고 자기에게도 행복이 될 수 있는 그러한 행복만을 찾는 정신적 자아였고, 다른 하나는 오직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전 세계의 행복까지도 능히 희생시킬 수 있는 동물적 자아였다. 페테르부르크 생활과 군대 생활로 야기된 에고이즘의 발광 상태에 있던 이 시기에는 동물적 자아가 그의 내면에 군림하여 정신적 자아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튜샤를 보고 그전에 그녀에게 품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되자 정신적 자아가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흘류도프의 내면에서는 부활제까지의 이틀 동안 그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갈등이 줄곧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