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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94706151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5-06-25
책 소개
목차
작가 소개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죽은 건 애석하지만 어쨌든 난 아니니까.’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이와 함께 이반 일리치와 가까이 지냈던 동료들, 이른바 그의 친구들은 하는 수 없이 조문을 가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해야 하는, 몹시 지루한 의무를 바로 떠올렸다.
‘사흘 밤낮 동안 끔찍하게 괴로워하다 죽었다고. 그건 내게도 언제든 바로 닥칠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에 순간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건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일 뿐, 표트르 이바노비치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 그를 구해주었다. 아까 시바르츠가 표정으로 보여주었듯 괜한 울적함에 빠져버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 마음이 정리되자 한결 편안해진 그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관련해 세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치 죽음이란 것이 자신과는 무관하고 오직 이반 일리치만이 겪는 모험이라도 된다는 투였다.
하지만 그의 권한으로 직접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출장 가서 만나게 되는 경찰서장이나 분리파 교도 정도에 그쳤다. 그런 사람들을 그는 마치 동료인 양 깍듯하게 대했다. 마음만 먹으면 호되게 처벌할 수 있는 상대에게 그렇게 격의 없는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 자체를 즐겼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상대는 적었다. 이제 예심판사가 된 지금, 모두가, 지위가 높고 유력해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이들을 포함한 모두가 그의 손아귀에 있는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