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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붉은 거울

한 잔의 붉은 거울

김혜순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04-05-07
  |  
1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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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붉은 거울

책 정보

· 제목 : 한 잔의 붉은 거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14951
· 쪽수 : 170쪽

책 소개

우리 시대 대표적인 여성 시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한 김혜순의 일곱 번째 시집. 뒤집기, 비틀기, 비교하기가 아닌 전반적인 무(無)에서 시작하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도 한다. 그러나 거울은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닌, 마치 만화경 같은 거울의 작용을 해낸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붉은 장미꽃다발 / 끓다 / 그녀, 요나 / 얼음의 알몸 / 얼굴 / 한 잔의 붉은 거울 / 오래된 냉장고 / 칼의 입술 / 나비 / 입술 / O / 움켜쥔 마침표 하나 / 기상 특보 / 그녀의 음악 / 박쥐 / 봄비 / 그믐 / 저 붉은 구름

제2부
낙랑공주 / 1306호 / 유화부인 / 물거미의 집 / 새가 되려는 여자 / 태풍의 눈 / 꿈속에 꿈속에 꿈속에 / 백년 묵은 여우 / 구멍 / 판화에 갇힌 에우리디케 / 시 같은 거 / BASKIN ROBBINS 31 대학로점 / 암탉 / 거미 / 문익점 / 깃발 / 붉은 이슬 한 방울 / 그녀의 지휘봉

제3부
슬픔 / 분수 / Detective Poem / Mixer & Juicer / 예술의 전당 밖의 예술의 전당 / 신기루 / 장엄 부엌 / 나의 판 옵티콘, 그 조감도 / 말씀 / 갈겨쓴 편지 / 흐느낌 / 캄보디아 / 두통 / 깊은 곳 / 티티카카 / 두 장의 혀 / 눈보라 / 내 꿈속의 문화 혁명 / 살아 있다는 것 / 날마다의 장례

- 해설 : '그녀, 요나'의 붉은 상상 / 이인성

저자소개

김혜순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입선, 1979년 〈문학과지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지은 책으로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음화》,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 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여성, 시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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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한 잔의 붉은 거울

네 꿈을 꾸고 나면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창들은 불을 다 끄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밤거리
간판들만 불 켠 글씨들 반짝이지만
네 안엔 나 깃들일 곳 어디에도 없구나

아직도 여기는 너라는 이름의 거울 속인가 보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고독이란 것이 알고 보니 거울이구나
비추다가 내쫓는 붉은 것이로구나 포도주로구나

몸 밖 멀리서 두통이 두근거리며 오고
여름밤에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이 길에선 따뜻한 내면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이 거울 속 추위를 다 견디려면 나 얼마나 더 뜨거워져야 할까

저기 저 비명의 끝에 매달린 번개
저 번개는 네 머릿속에 있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네 속에는 너밖에 없구나 아무도 없구나 늘 그랬듯이
너는 그렇게도 많은 나를 다 뱉어내었구나

그러나 나는 네 속에서만 나를 본다 온몸을 떠는 나를 내가 본다
어디선가 관자놀이를 치는 망치 소리
밤거리를 쩌렁쩌렁 울리는 고독의 총소리
이제 나는 더 이상 숨 쉴 곳조차 없구나

나는 붉은 잔을 응시한다 고요한 표면
나는 그 붉은 거울을 들어 마신다
몸속에서 붉게 흐르는 거울들이 소리친다
너는 주검을 나와 비틀비틀 저 멀리로 사라지지만
그 먼 곳이 내게는 가장 가까운 곳
내 안에는 너로부터 도망갈 곳이 한 곳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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