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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1867
· 쪽수 : 311쪽
책 소개
목차
당신과 악수하는 오늘
노웨어맨
무대적인 것 - 노웨어맨 2
레인스틱
라이게이션을 장착하라
바디펌 기기의 생활화
곡선을 걷는 시간
프로24
해설.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_ 이수형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근데요, 아버지. 참 웃긴 게요. 짝퉁의 세계에서는 ‘품절‘이라는 게 없어요.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즌 한정판 구두라 해도, 전 세계에서 완벽하게 품절된 브랜드의 가방이라 해도 말이죠. 얼마든지, 다시 찍고 만들어낼 수 있어요. 모두가 가짜죠. 진짜란 없어요. 가짜의 세계에, 품절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단 얘기예요. 그런데 하물며…… 파산이라니요. 노웨어맨이라니요. 물건도 동이 나지 않는데, 대체 그게 뭐란 말이에요, 아버지.” 「노웨어맨」
우리는 누구나 각자 서로에게 ‘모든’ 사람인 동시에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
특별한 자가 있으려면 아무것도 아닌 자의 존재가 꼭 필요한 법입니다. 「바디펌기기」
살면서 자주,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이지러진 달은 다시 차오르면 그만이라는 말. 계집애 엄지손톱 속 반달같이 희디흰 달이 떠 있던 밤에 아버지가 들려준 그 말은 언제고 지친 목덜미를 주물러주듯 기운을 주었다. 하지만 이따금씩은, 아버지가 틀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시멘트 바닥에 나뒹굴 때마다, 심장이 찌르르해질 때마다 ‘아버지, 그게 아니에요’ 하고 중얼거렸다. 아버지는ㄴ 너무 착해서, 그리고 너무 미련해서, 차마 가여운 아들에게 이 말까지는 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달이 아니라서, 한 번 이지러지면 자국이 남는다는 것. 흔적이 옅어질 수는 있어도 절대 깨끗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알고 있다. 가난한 자가 아껴야 할 건 비단 돈뿐만은 아닌 것이다. 주먹도 아껴야, 빌어먹고 산다. 「노웨어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