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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908472
· 쪽수 : 180쪽
책 소개
목차
마감식이란 게 길게 보면… / 염승숙
포도 코팅 / 윤고은
차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 염승숙
우리의 쇼윈도 관계 / 윤고은
언제나 이 정도의 공간밖에 / 염승숙
천사들의 식탁 / 윤고은
파이팅… 파이팅… / 염승숙
제철 음식, 제철 원고 / 윤고은
아무 곳에서나! / 염승숙
작업실 2호와 3호 / 윤고은
오십 잔까지는 감히 / 염승숙
곳곳에 사건이 있다 / 윤고은
냉장고엔 코끼리도 넣을 수 없지만 / 염승숙
냉이와 대파에 대한 고해성사 / 윤고은
등장인물을 떼어내면 / 염승숙
시간 졸부의 플렉스 / 윤고은
에필로그 부디 애정으로! / 염승숙
에필로그 퐁식 합시다! / 윤고은
리뷰
책속에서
조용히 혼자 ‘잘’ 앉아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실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태생부터 고독한 동물이 틀림없지만, 공허를 견디는 것엔 수련이 필요한 법이니까. 차거나 뜨거운, 마실 것이 담긴 잔을 손에 쥐는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받을 수 있다. 차를 마시는 건, 그래서 소설을 쓰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차를 고르고, 다구(茶具)를 꺼내고, 차를 우리고, 마시는 모든 단계가 ‘구상-예열-집필-완성’이라는 소설 쓰기의 상황과 닮아 있는 것이다.
염승숙 <차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중에서
컵은 노트북이나 인쇄물로부터 약간은 거리를 두고 내려놓는데, 바로 옆에 두었다가 키보드 위에 엎지르면 어쩌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컵 안의 검은 바다가 높이 솟구치는 상상을 한다. 마치 쓰나미처럼. 갑작스러운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저 아래 움직이는 활자들을 덮치는 장면을 그려보면 컵과 내 움직임 사이에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다. 책상 위는 언제나 사건 현장으로, 낭만이라고는 자라날 틈이 없다.
윤고은 <우리의 쇼윈도 관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