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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

눈앞에 없는 사람

심보선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11-08-09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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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

책 정보

· 제목 : 눈앞에 없는 사람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2291
· 쪽수 : 148쪽

책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397권.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로 대중의 사랑과 문단의 호평을 두루 받아온 시인 심보선의 두번째 시집이다. 그는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 / 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를 만들겠노라고 선언한다. 바로 사랑이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들
말들 11
인중을 긁적거리며 12
의문들 16
나의 친애하는 단어들에게 18
나날들 21
필요한 것들 22
좋은 일들 24
외국인들 26
The Human of Exclusion 30
텅 빈 우정 34
나무로 된 고요함 36
호시절 38
도시적 고독에 관한 가설 40
집 42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 44
낙화 49
소년 자문자답하다 50
찬란하지 않은 돌 52
시초 54
지금 여기 56
영혼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58
심장은 미래를 탄생시킨다 60
첫 줄 62

제2부 둘
이 별의 일 65
Mundi에게 66
‘나’라는 말 73
매혹 76
새 79
잎사-귀로 듣다 82
늦잠 84
잃어버린 선물 86
별 87
붉은 산과 토끼에 관한 아버지의 이야기 88
노스탤지어 93
이상하게 말하기 94
무화과 꿈 96
음력 98
변신의 시간 ·100
속물의 방 102
그라나다 104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106
체념(體念) 108
4월 111
운명의 중력 114
H. A. 에게 보내는 편지 116
Stephen Haggard의 죽음 118
무명작가 123
연보(年譜) 124
사랑은 나의 약점 126

발문| 나의 아름답고 가난한 게니우스, 너는 말이야 - 진은영 132

책속에서

뒤표지-시인 산문

오늘 밤, 세찬 빗줄기를 뚫고 건너온, 물방울 속에 뭉쳐 있는 당신의 전언을 펼쳐 읽습니다.

안타깝게도 법과 규칙의 말들은 죄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 놓인 순수함을 보지 못하는군요.

세계의 단단한 철판 위에 이성의 흔적을 새기는 사람들. 물의 말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죄악의 틈새에서 잠들고 자라나는 어린 영혼을 보고는, 아이, 불결해, 눈살을 찌푸리기만 하네요.

하지만 물방울로 이루어진 당신의 말은 그 영혼을 투명하게 비춰주는군요.

물방울로 오로지 물방울로 싸우는 당신. 물방울의 정의를 행사하는 당신. 판결과 집행이 아니라 고투와 행복을 증언하는 당신.

당신은 말하죠. 인간은 세상의 모든 단어를 발명했어요. 사랑을 제외하고요.

사랑은 인간이 신에게서 빌려온 유일한 단어예요. 그러니 사랑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죠.

나는 말하죠. 오늘 밤, 당신은 나와 너무 닮아 낯설군요.
당신은 말하죠. 아니, 당신은 너무 낯설어 나를 닮았어요.

그런가요, 그래요, 그럼, 잘 자요, 당신, 내 사랑.


인중을 긁적거리며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그때 내 입술 위에 인중이 생겼다.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잊고 있었다.
뱃사람의 울음, 이방인의 탄식,
내가 나인 이유, 내가 그들에게 이끌리는 이유,
무엇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
그 모든 것을 잊고서
어쩌다 보니 나는 나이고
그들의 나의 친구이고
그녀는 나의 여인일 뿐이라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믿어왔다.

태어난 이래 나는 줄곧
어쩌다 보니,로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로 이어지는
보잘것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태어날 때 나는 이미 망각에 한 번 굴복한 채 태어났다는
사실을, 가끔 인중이 간지러운 것은
천사가 차가운 손가락을 입술로부터 거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삶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태어난 이상 그 강철 같은 법칙들과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어쩌다 보니 살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나는 홀로 깨달을 수 없다.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추락하는 나의 친구들:
옛 연인이 살던 집 담장을 뛰어넘다 다친 친구.
옛 동지와 함께 첨탑에 올랐다 떨어져 다친 친구.
그들의 붉은 피가 내 손에 닿으면 검은 물이 되고
그 검은 물은 내 손톱 끝을 적시고
그때 나는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는 듯
인중을 긁적거리며
그들의 슬픔을 손가락의 삶-쓰기로 옮겨 온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
3일, 5일, 6일, 9일……
달력에 사랑의 날짜를 빼곡히 채우는 여인.
오전을 서둘러 끝내고 정오를 넘어 오후를 향해
내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기는 여인. 그녀를 사랑하기에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죽음,
기억 없는 죽음, 무의미한 죽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일랑 잊고서
인중을 긁적거리며
제발 나와 함께 영원히 살아요,
전생에서 후생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뿐인 청혼을 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
둘 사이에는 언제나 조용한 제삼자가 있다
그는 영묘함 속으로 둘을 이끈다
사랑에는 반드시 둘만의 천사가 있어야 하니까
둘 중 하나가 사라지면
그는 슬픔의 옆자리로 자기 자신을 이끈다
사랑에는 반드시
“잊지 마”라고 속삭이는 천사가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모른다
신이 낮과 밤을 가르는 시간을
두 사람이 신 몰래
서로의 영혼을 황급히 맞바꿔야 했던 시간을

그 시간을 매혹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매혹 이후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매혹 이후
한 사람의 눈빛은 눈앞에 없는 이에 의해 빚어진다

매혹 이후
한 사람의 눈빛은 눈앞에 없는 이에게 영희 빚진 것이다

그러니 그는 평생에 가장 깊은 주의를 기울이며
“하얀 돌 위에 검은 돌”을 올려놓듯이
사랑과 비밀을 포개놓을 수밖에 ―「매혹」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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