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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2505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떠떠떠, 떠
가나
벽
굿나잇, 오블로
구름동 수족관
먹이
여기 아닌 어딘가로
어느 날 갑자기 K에게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해설_ 아팠지, 사랑해.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연인이 됐다. 이제껏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본 적이 없다. 하물며 누군가 내게 무엇이 되어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사랑이라니. 나는 웅크리고 누워 접혀진 무릎을 만지며 자위하던 소년이었다. 가끔 웃었지만 주로 울었다. 별수 없이 침묵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어야 했던 시간들. 그럴 때면 눈을 감아 어둠을 만들어 그 속에 숨었다. 〔……〕 할 수 있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앞당겨 죽고 싶었다. 말라죽은 곤충처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바스라질 것 같던 바로 그 시절에 그녀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떠떠떠, 떠」
해류가 몸을 떠민다. 그것은 무겁고 밀도가 높은 바람과 같았다. 그 흐름에 따라 천천히 발이 움직이고, 난 바닷속을 산책하듯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을 어찌 형용할 수 있을까, 부드러운 흙 속에 심겨진 나무뿌리처럼 나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 생각이 난다. 회전하는 스크루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 내 심장이 멈췄을 것이다. 오른쪽 허리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헤쳐진 살점과 내장들이 붉은 해초처럼 흔들린다. 갈치 두 마리가 내 곁에 맴돈다. 갈치가 움직일 때마다 칼날이 흔들리듯 날카로운 빛이 반짝거린다. 갈치가 내 몸을 먹는다. 너덜거리는 살점을 먹고 손상된 내장을 뜯는다. 떠 있던 다리가 바닥에 닿는다. 바닥의 모래는 이제껏 밟아봤던 그 어떤 땅보다 부드러웠다.
「가나」
손톱깍이를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솔직히 너도 여기서 굴러먹은 짬이 있으니까 대충 알 거야. 너도 승진이다. 축하한다. 넘버 나인! 멋지게 해봐.
9는 고개를 숙인다. 떨고 있는 18의 눈과 9의 눈이 마주친다.
옆에 있던 반장5가 갑자기 달려와 18의 배를 걷어차면서 말한다.
이렇게! 치라고. 새끼야.
18이 몸을 웅크리고 애벌레처럼 꿈틀거린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서 해.
사내가 조용히 채근한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반장5가 9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때린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옆에 서 있던 반장 10이 달려와 9의 뺨을 때린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