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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024547
· 쪽수 : 511쪽
책 소개
목차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9
하나의 에필로그와 두 개의 메모 485
옮긴이 해설 498
책속에서
두려움을 나타내면 그런 두려움을 야기하거나 유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예방책을 강구하면 그 일은 일어나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심쩍게 여기면 그 일을 결정하고 추진하게 되고, 어떤 것들에 불안과 기대를 가지면 그것들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깊어져서 반드시 그 틈을 채워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고, 우리가 두려움을 떨쳐버리려고 하면 두려운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물 흘러가듯이 가만히 놔두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첫날밤에는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소망을 숨겨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아무도 사랑을 구하지 않았으며 그런 것을 원치도 않았다고 말하거나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내가 그러자고 한 것이 아니었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잠을 자지 않으려고 고집부리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태도 때문이었다. 아이는 한 번도 내게 가까이 오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다는 표정이 뒤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죽은 마르타는 자기가 내 옆에서 죽어가던 그날 밤 남편이 런던에서 무엇을 했는지 결단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돌아올 때면 그녀는 아마도 그가 하고자 하는 말, 아니 꾸며댈지도 모르는 말을 들을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스스로 소멸의 길을 향해 나아가며 사라진다. 흔적을 남기는 것은 거의 없다. 단 한 번만 일어날 뿐 반복되지 않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매일매일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도 흔적을 남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