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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유럽사 > 독일/오스트리아사
· ISBN : 9788932024615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13-10-28
책 소개
목차
서언
제1부 성과학
1장 부르주아적 성과학: 리하르트 폰 크라프빙
과학과 부르주아 도덕
동성애와 성 인격
과학과 삶의 간극
2장 민주적 성과학: 마그누스 히르슈펠트
남녀이분법과 동성애 통계
n개의 성, 그리고 민주주의
과학을 넘어서는 삶
3장 파쇼적 성 이론: 베네딕트 프리들랜더와 한스 블뤼어
반反의학
동성애와 국가
철갑의 몸과 파시즘
제2부 동성애 해방운동, 정치, 일상
4장 동성애 해방운동과 정치
동성애 억압의 역사
과학·인도주의 위원회
공화국과 동성애 해방
사회주의 정당과 동성애
5장 대중적 동성애 운동과 저널
인권동맹과 그 회원들
인권동맹의 성 개념과 정치
품위와 성애
6장 동성애 하위문화
역전된 세계
음주문화
만남과 사랑
제3부 나치즘과 동성애
7장 나치 돌격대 참모장 에른스트 룀의 동성애
8장 나치 시대의 성과학
베를린 성과학연구소의 파괴
성과 인종
환희와 공동체
9장 나치의 동성애 정책
권위적 국가와 동성애
친위경찰과 동성애
친위경찰과 분방한 성
투옥, 거세, 강제수용소
10장 일상의 억압과 삶
혐의, 밀고, 검거
방면, 기소, 판결
트럼프 모임
에필로그
후기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동성애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였다. 이는 동성애자가 이성이 아닌 동성과 성교를 하고, 그들 중 일부가 짙은 화장에 여장을 하고 술집을 드나드는 기이한 혹은 ‘개혁적인’ 성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단순하게 그들은 성교를 여자와 하지 않고, 따라서 민족의 재생산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존재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독일인 병사가 180만 명이었는데, 당대인들의 추산으로 200만 명 혹은 300만 명에 달하는 남자가 동성애 때문에 생식으로부터 이탈하다니 이 얼마나 암울한 일인가.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존재, 즉 남녀이분법을 깨트리는 존재였다.
볼리비아에 있던 룀을 부를 때 히틀러는 이미 룀의 동성애를 알았다. 임시로 돌격대 참모장을 맡고 있던 오토 바게너가 히틀러에게, 룀이 참모장이 되면 정적들이 당을 공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일렌부르크 스캔들 당시의 황제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게너는 "그 병적이고 비자연적인 성적 취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민족의 파수꾼] 등에 밝혀두는 것이 낫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그 충고를 따르지 않았다. 나치 중앙당 사무총장 그레고르 슈트라서가 룀의 동성애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했을 때에도 히틀러는 "더 할 말 있소?"라며 퉁명스럽게 대화를 잘랐다. 사석에서 전담 사진사에게 밝힌 히틀러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룀처럼 몇 년 동안 열대에서 산 사람들의 동성애는 다르게보아야 해요. 당을 위해서는 군부와 연줄이 닿아 있는 룀이 소중합니다. 비밀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나는 그의 사생활에 아무 관심도 없어요."
현직 총리가 살인을 지시한 것을 독일 국민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치가 지어낸 체포 장면을 언급하면서 킬킬거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히틀러의 결단력과 용기를 칭송했다. 사민당 지하 조직의 보고에 따르면, "히틀러가 사내이기는 해. 해치웠잖아"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룀 살해 사건 이후 동성애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거 작전이 개시되었다. 술집이나 공중화장실 혹은 수영장에 의도적으로 잠복하거나 특정 거리를 차단한 상태에서 벌이는 일제단속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동성애자 단속이 전국적으로 벌어진 것 같지는 않다. 단속 작전이 뮌헨과 베를린에서는 실시되었으나, 함부르크와 뒤셀도르프에서는 1936년에 가서야 벌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저하지 못하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