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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32026602
· 쪽수 : 642쪽
· 출판일 : 2014-09-05
책 소개
목차
'붉은 수수밭' 한국어 개정판 서문
제1편 붉은 수수
제2편 고량주
제3편 개의 길
제4편 수수 장례
제5편 기이한 죽음
옮긴이 해설/ '붉은 수수밭'과 모옌의 문학 세계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리뷰
책속에서
한때 난 가오미 현 둥베이 지방을 열렬히 사랑하기도 했고 그곳에 대해 극도의 원망을 품기도 했었다. 그러나 성장해서 마르크스주의를 열심히 공부하고 난 뒤에 결국 나는 깨달았다. 가오미 현 둥베이 지방은 분명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누추하고, 가장 초연하면서 가장 속되고, 가장 성결하면서 가장 추잡하며, 영웅호걸도 제일 많지만 개잡놈도 제일 많고, 술도 제일 잘 마시고 사랑도 제일 잘할 줄 아는 곳이라는 사실을. [……] 8월 만추가 되면 끝도 없이 펼쳐진 수수의 붉은빛이 광활하게 일렁이는 피바다를 이루곤 했다. 수수로 덮인 가오미 마을은 찬란하게 빛났다. [……] 그들은 사람들을 죽이면서까지 아낌없이 조국에 충성을 바쳤으며, 한 막 한 막의 영웅적인 장극(壯劇)을 연출함으로써 이렇게 살아 있는 불초한 자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세상은 진보하지만 그와 동시에 종(種)은 퇴화한다는 것을 난 절실하게 느낀다.
고향을 떠나온 지 10년 만에 나는 영리한 상류사회가 내게 물들인 거짓된 감정과 거짓된 생각을 가지고, 더러운 도시 생활의 냄새나는 물에 흠뻑 젖어 모공 하나하나에서까지 코를 찌르는 악취를 발산하게 된 몸을 이끌고 다시 한 번 작은 할머니 무덤 앞에 섰다. [……]
나는 두려워서 죽을 것만 같다.
작은할머니는 그런 내게 너그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얘야, 돌아와라!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이제 가망이 없단다. 난 네가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안다. 넌 온 천지에 가득한 파리들이 두렵고, 시커먼 구름처럼 몰려드는 모기들이 두렵고, 축축한 수수밭에서 다리 없이 기어 다니는 뱀들이 두렵지. 넌 영웅을 숭상하지만 개자식은 미워하지. 하지만 과연 ‘가장 영웅적인 사내면서 또한 가장 개자식’이 아닌 이가 어디 있겠느냐?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네게서, 도시에서 가져온 집토끼 냄새가 나는구나. 넌 당장 모수이 강으로 뛰어들어가 사흘 낮 사흘 밤을 그 물에 몸을 담가라. 강물 안의 메기가 네가 씻어낸 더러운 물을 마시고 그 머리 위에도 집토끼 귀가 생겨날까 봐 그게 걱정이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