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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7548
· 쪽수 : 163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봄날의 심장
마흔두 개의 초록
저녁 올레길
경학원 자리 2
이슬의 하루
서 있는 종이
헤밍웨이를 꿈꾸며
희망에 대하여
어머니의 세상
유적지의 비
신석기 시대 화가
손의 흔적
백조의 호수
신라의 발음
더블린의 며칠 1
더블린의 며칠 2
날개
2부
이슬의 애인
고속도로변 노을
경건한 물새의 저녁
잡담 길들이기 11
잡담 길들이기 13
잡담 길들이기 14
잡담 길들이기 17
나이 든 고막
옛 집 근처
검정 넥타이
11월의 발길
개꿈
270초
어머니, 자유, 9월의 긴 여행,
폭풍 속의 화가
다섯번째 맛
혼잣말하기
계림의 부부
3부
알렉산드리아의 바다
정화된 골목
산행 6
오늘의 운세
고비 사막 1
고비 사막 2
고비 사막 3
고비 사막 4
벌레 죽이기
가을의 생애
김영태의 기차역
물의 정성분석
은인을 위하여
악어 2
국적 회복
이슬의 뿌리
해설_이슬과 꽃, 그리고 시인(김주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인 산문]
젊은 날, 들개처럼 헤매며 살다가 낯선 땅에 쓰러진다 해도 내가 한때 강제로 잃었던 자유만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유는 좀 추운 구석이 있다. 아무 데나 적당히 기댈 수 없어서일까.
지난달에는 카리브 해를 이틀 동안 남진해서 퀴라소라는 작은 섬나라에 갔었다. 베네수엘라 근처의 이 나라 사람들은 가난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하지만 모두 자기 나라가 제일 좋은 나라라고 주장해서 묘한 감동을 받았다. 남미의 북쪽 콜롬비아의 몇 어촌에서도 무식해 보이고 소금기에 전 어부들이 소설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하나같이 자기 나라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라고 말해서 마약의 나라라고 믿었던 내가 오히려 민망해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더럽고 가난에 찌든 마을로 간주했던 그곳이 갑자기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그 사람들이 모두 싱싱하고 고상해 보였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언제 헤어질지 모를 내 시들에게 늦기 전에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다. 괴롭고 외로웠던 지난날부터 이 나이에까지, 여일하게 내 동반자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 볼품없지만 정이 든 내 시들에게…… 사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귀인이 되어 반갑고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나눈다면 우리들의 주위가 훨씬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