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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8057
· 쪽수 : 631쪽
· 출판일 : 2015-12-02
책 소개
목차
바느질하는 여자 7
감사의 말 63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 흰색이어도 멥쌀 같은 흰색이 있고, 갓 지은 백미 같은 흰색이 있다는 것을 금택은 알았다. 배꽃 같은 흰색이, 달걀 껍데기 같은 흰색이, 두부 같은 흰색이 있다는 것을. 멥쌀 같은 흰색에는 옅은 밤빛이, 갓 지은 흰색에는 초겨울 새벽녘의 푸른빛이, 배꽃 같은 흰색에는 노란빛이 미미하게 감도는 연둣빛이, 달걀 껍데기 같은 흰색에는 탁하고 흐린 분홍빛이, 두부 같은 흰색에는 살굿빛에 가까운 노란빛이 감돌았다.
어머니는 금택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침묵에 잠겼다.
어머니를 닮고 싶은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어머니를 완벽하게 닮는 것이 금택은 불가능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어머니를 그토록 닮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이 어째서 어머니를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어머니의 여러 모습 중 금택이 가장 닮고 싶은 모습은 바느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누비대 앞에 앉아 누빌 선을 따라 바늘 땀을 떠 넣는 어머니의 모습을 금택은 가장 닮고 싶었다.
금택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바늘을 심장에라도 찔러 넣고 싶었다. 그래야만 바늘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서 놓여날 것 같았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금택은 바늘을 잃어버린 것 같아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바늘 때문에 금택은 깊이 잠들지 못했다.
바늘을 손에 꼭 잡고 있는 동안에도 금택은 바늘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다. 서쪽 방에서처럼 바늘이 어느 순간 손에서 날아날 것 같았다. 심지어 금택은 이미 바늘을 잃어버린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한 착각은 불현듯 엄습했고, 금택은 그때마다 손에 바늘을 들고 있으면서 바늘을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