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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16-03-14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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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세계

책 정보

· 제목 : 가능세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8538
· 쪽수 : 243쪽

책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481권. 201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백은선의 첫 시집. '긴 호흡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는 유려한 리듬'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대결의식'으로 장차 '장시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줄 것이라는 등단 당시의 예측은, 4년 동안의 결과물을 모아 엮은 시집 <가능세계>에서 적중하였다.

목차

1부
어려운 일들
명륜동 성당
유리도시
변성
범람하는 집
어려운 일들
눈보라의 끝
밤과 낮이라고 두 번 말하지
중력의 대화자들
발생연습
병원 손님 의자 테이블
청혼

2부
야맹증
파충
나이트 크루징
가능세계
아홉 가지 색과 온도에 대한 마음
터널, 절대영도
미장아빔
음악 이전의 책
독순
사랑의 역사
종이배 호수
질문과 대답
질문과 대답
고백놀이

3부
자매
멸종위기
여름시
언플러그드 朔
木浦
목격자
혈액병동 라디오
기면발작
열대병
모자이크
저고

4부
동세포 생물
동세포 생물
호텔 밀라파숨
샹주망 아버지
성스러운 피
가장 죽은 이상하고 아픈
파델의 숟가락
뼈와 그림자
비신비
비신비
박쥐
도움의 돌

해설 | 소진된 우리 - 조연정

책속에서

우리는 사랑에 관한 비유들로 낱말 놀이를 하기로 했어

너는 치즈, 소금, 얼음이라고 말했어
나는 입이 없는 것처럼

조용히 웃었어

왜 사라진 것들뿐이니

구름, 바람, 비라고 내가 대답했어

그렇다면 도처에 사랑이 있겠네

빈정대며 네가 말했지

나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어
우리라고

―「밤과 낮이라고 두 번 말하지」 부분


우리는 모든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로 생각을 한다. 시장 앞 골목에 서서 고등어와 갈치 매달려 있는 돼지의 몸통과 잘린 머리를 본다. 차곡히 쌓여 있는 백합향 비누와 반쯤 돌아선 여배우의 얼굴이 늘어선 샴푸를 본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포터 트럭이 시동을 건다. 나는 너무 느린 스스로를 원망하지만 이것은 애초에 어떤 흐름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수간이나 미러볼 혹은 죽음과 사랑을 소재로 삼았다. 특별한 것 센 것이 근원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통로가 될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실종된 형제에 대해 쓰고 폭력과 근친에 대해 썼다. 수치스럽고 즐거웠다. 파란 트럭의 속력처럼. 마침내 불을 밝힌 가로등 아래 연인들의 포개진 어깨처럼. 거대한 것 또한 아무것도 아니므로. 사랑한다고 죽어버리라고 했다.

강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찢어진 타이어 속을 오가는 민물고기나 오래전에 투신해 앙상해진 몸을 생각했다. 이제 우리는 세 번씩 반복해서 말해야만 하고 그것은 의미 없는 일이지만 중요하다. 잘린 머리들은 모두 다른 표정이라서 끔찍하고 남의 글을 훔쳐볼 때 쉽게 느끼곤 하는 자괴처럼 단순하다. 나는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흔들리는 긴 머리카락, 뼈에서 유추할 수 없는 원래의 모습, 마지막 목소리 같은 것에 몰두해야만 한다.

혼종에 대해 말하거나 쓰는 것 그런 담론 속으로 이끌려가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혼종은 없으므로. 우리는 혼종에 대한 혼종, 일종의 갈망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사라진 마을에 대한 복기이고, 그 마을의 나무 아래 있던 돌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돌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도움의 돌」 전문


[뒤표지 글(시인의 글)]

나는 프레임 바깥에 서 있다. 너는 종을 치고 나는 잊히지 않는 한 단어를 생각한다. 너는 죽은 사람을 생각하고 나는 너를 생각한다.
이 소설은 죽은 사람이 들판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구름이 간다. 첫 문장이다. 이제 시작되어야 하는 건 섬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 섬. 너는 얼음의 입김 속에서 태어났다. 나는 침묵하는 화자. 나는 눈이 먼 숲. 섬의 손끝이 볼에 닿자 차가운 물이 발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이것은 빛을 숲이라고 믿은 망자에 대한 소설이다. 구름이 깜박이며 네 얼굴 위로 그림자 쏟는다. 두번째 문장이다. 나는 창백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세 번 불리면 결국 돌아보게 될까. 나는 너를 부르고 너는 불 속에 누워 있다. 눈을 꽉 감고 귀를 틀어막고 노래해봐. 섬.
서랍 속에서 흔들린 것은 숨이었다. 열번째 문장. 네가 잊힌 것을 떠올리며 돌아설 때. 텅 빈 길 위에서 소리쳐 내 이름을 꺼낼 때. 섬. 나는 감은 눈 속에서 끝없이 되감기 중인 영원과 같은 장면.
차가운 이마를 짚는 손. 나는 이제 청각을 믿어. 섬. 누군가 물질과 투명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고. 입술 끝에서 떨어진 것은 미움이었어. 사랑보다 앞서 나를 만들었어.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해 책을 뒤적였다. 남의 단어를 훔치려고. 섬. 너는 갖고 있었지 많은 말들을. 징그럽고 아름다운 섬. 너를 가득 채운 어둠으로 숲이 부푼다. 통각만으로 열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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