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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임솔아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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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9237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1-12-01

책 소개

일상 속 모순을 응시하는 작가 임솔아 두번째 소설집. 작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임솔아 소설 속 사람들.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중반까지의 이야기였던 첫번째 소설집에 이어 두번째 소설집에서는 이십대 중반부터 삼십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목차

그만두는 사람들
초파리 돌보기
중요한 요소
희고 둥근 부분
내가 아는 가장 밝은 세계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주세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손을 내밀었다
단영
해설|먼 곁_홍성희

저자소개

임솔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시 부문)과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편소설 《짐승처럼》, 장편소설 《최선의 삶》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산문집 《다시, 뒷면에게》 등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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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놀이터에 도착했다. 그네는 없었다. 이정표에서 또 다른 놀이터를 본 것 같았는데, 위치가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큰 놀이터가 이곳이라는 사실만 알았다. 다른 놀이터에 그네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 아란이 그네에 앉았다는 말을 했다. 그네가 없다는 말을 문경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네에 앉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란이 소리를 지르면 함께 질렀고, 아란이 웃으면 따라 웃었다.


“난 몰랐네.”
하나 마나 한 말을 아란은 되뇌었다. 자신이 앉아 있는 그네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오늘 더는 문경과 함께 그네를 탈 수 없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네가 없어도 함께 그네를 탈 수는 있었지만, 그네가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그네를 탈 수는 없는 것이다. 아직도 그네에 앉아 있느냐고 문경이 물었다. 그렇다고 아란은 답했다.
“그럴 줄 알았어.”
문경이 말을 이었다.
“어색해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아까 언니한테 전화를 거는데, 언니가 전화를 받으면 분명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받아도 또 절절맬 걸 알았지. 알았는데 전화한 거야. 언니 원래 잘 그러잖아.”
“내가 그랬나?”
“지금도 그래.”
그러고서 문경은 언니,라며 아란을 불렀다. 문경이 이제야 이야기를 하려 한다는 걸 아란은 알 수 있었다.
“언니가 예전에 나를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으로 봐주었는지 기억하고 있어. 언니는 내가 언니를 보살폈다고 말하지만, 그게 아니야. 그때에는 언니한테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그게 멋있는 줄 알았고. 그걸로 그 시절을 버텼지. 이제 그런 아름다움 같은 게 나한텐 없어. 나는 이제 아무도 안 보살펴. 나만 생각해. 언니가 나한테 많이 서운해했다는 거 아는데. 근데, 나 이제 좀 만족해. 지금 내가 좋아. 그냥 우리 얘기 안 한 지 너무 오래됐잖아. 그래서 전화했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텔레마케팅 사무실에서 헤드셋 너머로 종일 욕설을 듣는 여자 이야기. 평생 자기 책상을 가져보지 못해서 아프기 시작한 여자 이야기. 식기세척기를 구입하면 어떻겠냐고 물으면서도 책상이 필요하지 않으냐고는 한 번도 묻지 않는 가족 이야기. 밀가루가 체질에 맞지 않아 늘 위무력증에 시달렸지만 남편이 국수를 좋아해서 30년 동안 국수를 먹은 여자 이야기. 체할 때마다 그러게 왜 국수를 먹느냐고 다그치던 딸 이야기. 그러면서도 일요일 저녁이면 와, 국수다,라며 손뼉을 치던 딸 이야기…… 원영은 조금씩 이야기를 바꾸어가며 말했다. 거의 소설이 되어갔다. 원영은 너무 사소해서 오히려 무시했던 일화들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었다. 「초파리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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