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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044095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내 눈동자에서 모니터에 이르기까지의 공간
내가 쉬지 못하는 것
내 눈동자에서 모니터에 이르기까지의 공간
희고 둥근 부분의 부분
2부 비단처럼 부드러운 그 무엇인가가
스물셋
너무 맛있는 빵
“ㄴr 솔oLoF”
잠시 중지된
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비단처럼 부드러운 그 무엇인가가
첩의 손녀
3부 위하는 일
나누지 못했을 이야기
나눠본 적 없는 대화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선배의 생일을 축하하러 갔다
언니와 나는 동네 친구였다
열아홉 살 때 나는 다이미(大味)라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녀는 40킬로그램
위하는 일
4부 창작메모
다른 냄새
물음표는 떼어버려도 그만
매일 밤 운동장
나자로여 나오너라
닿을 수 없음에 다가가기
할머니가 읊은 아주 긴 시
창작 메모 1
창작 메모 2
창작 메모 3
겨누는 글쓰기
눈동자
에필로그: 다시, 뒷면에게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르골 안에는 색소폰을 든 피에로와 공 위에 서서 묘기를 부리는 개가 있었다. 태엽을 돌리면 오르골 속 세상이 돌아가고, 음악이 나왔다. 내가 감은 태엽을 직선으로 펼친다면 개는 공을 굴리며 어디로 걸어갈까. 운동장에서 원을 그리며 돌았던 그 걸음들을 직선으로 펼쳐본다면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까.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며 지나왔던 시간들을 직선으로 펼쳐본다면 우주의 끝까지도 도달할 수 있을까. 오르골을 보고 있으면 감춰놓은 외부를 보는 것 같다. 오르골의 태엽을 자주 감아준다. (「프롤로그」)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나는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 할머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실이었다. 사실인 채로 끝나버린 사실이다. 끝나버린다는 것은 영원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할머니와 나는 감정에 너무 솔직했다. 진심을 함부로 배설하는 태도가 우리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할머니와 내가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사실 바깥으로 손을 뻗으려 애썼더라면, 그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첩의 손녀」)
함께 일한 요리사들과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나에게 전화를 건 이유가 있다고 했다. “너랑 나랑은 대화를 많이 했잖니.” 나는 또 이모의 말투대로 “우리가 뭘 그렇게 대화를 많이 했느냐”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같은 책을 읽었잖아. 그게 대화한 거지.” (「열아홉살 때 나는 다이미(大味)라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