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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4632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1-13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위험에 대한 경고는 언제나 실제로 닥쳐오는 위험보다 많은 법이다.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으니까. 그가 공항 여기저기에 붙은 검역 안내문과 전염병 예방수칙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긴 것은 그 때문이었다. 경고가 많은 걸 보니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쥐 때문이야.”
파견근무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서 그가 선발 이유를 묻자 지사장이 대답했다.
“쥐요?”
“내가 보기에 자네만큼 쥐를 잘 잡는 사람은 없어.”
통역을 겸하는 지사장의 비서가 재미있다는 듯 그를 힐끔거렸다. 그는 금세 풀이 죽었다. 경영인 연수를 겸한다면서 선발 사유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방역회사라고 해도 하필이면 끔찍이 싫어하는 쥐 때문이라니. 장래성이 촉망된다느니 업무 태도가 훌륭하다느니 실적이 뛰어나다느니 경영자의 자질이 있다느니, 그 모두가 아니라면 까닭 없이 마음에 든다느니 하는 입에 발린 말을 바랐지만 지사장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숙소를 다 둘러보고 짐을 정리할 때가 되어서야 트렁크를 여태 복도에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허둥지둥 나가 현관문을 열었지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트렁크가 없었다.
그는 믿을 수 없어 트렁크를 내려놓았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닥에 깔린 질감이 거친 카펫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복도에 희미한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현관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중 한곳에 사는 누군가 트렁크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애당초 자신이 트렁크를 끌고 오지 않았다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