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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의 대명사

없음의 대명사

오은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23-05-05
  |  
1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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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의 대명사

책 정보

· 제목 : 없음의 대명사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1520
· 쪽수 : 156쪽

책 소개

시인 오은의 여섯번째 시집 『없음의 대명사』가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85번째로 출간되었다. 전작 『나는 이름이 있었다』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라 반가움이 크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라고 했던 시인은 이제 “없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도 “이름”을 가린 “대명사”로. ‘있었다’가 ‘없음’으로 가는 길에는 ‘잃었다’가 놓여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범람하는 명랑
그곳 9
그곳 10
그곳 12
그것들 13
그것들 16
그것들 18
그것들 20
그것들 22
그것들 25
그것 28
그것 30
그것 32
그것 34
그것 37
그것 38
그것 40
그것 41
그것 44
그것 46
그것 48
그것 51
그것 52
그것 54
그것 56
그것 58
이것 59

2부 무표정도 표정
그들 63
그들 66
그들 67
그들 68
그들 70
그들 72
그들 74
그들 77
그들 78
그 80
그 82
그 86
그 89
그 92
그 94
그 97
그 100
그 102
우리 105
우리 106
우리 108
우리 110
우리 113
우리 116
우리 118
우리 120
우리 122
너 124
너 127
너 130
너 132
나 134

해설
전방위의 슬픔, 전속력의 명랑·오연경 136

저자소개

오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을 썼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펼치기

책속에서

그는 웃음의 대명사로 불렸다 잘 웃어서였을까, 잘 웃겨서였을까 어느 순간, 그는 웃음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보였다 서글서글한 얼굴의 모공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흘러나올 때는 차라리 다행이었다 한번 터져 나온 웃음은 삽시간에 좌중을 압도해버렸다 영문도 모른 채 함께 웃다 보면 때가 아니었다 장소가 빗나갔다 경우에 맞지 않았다 장례식장이 일순 축제 현장이 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웃음의 대명사로 입장했지만, 번번이 민폐의 대명사로 퇴장했다

사람은 명사다 너는 대명사다
당연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큰 명사가 아니라 그저 대신하는 명사인데도, 사람들은 그를 질투하고 질타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웃는다는 이유로, 똥오줌 못 가리고 웃는다는 이유로 그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아무 데서나 물색없이 웃는 이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즉각 그를 소환했다 평소와 같이 그가 웃을 때면 이런 말이 날아들었다 좋아? 살 만해? 만족스러워? 그가 웃길 때면 이런 말이 메다꽂혔다 우스워? 웃음이 나? 만족스러워? 평소와 다르게 물속에서도 만족은 녹지 않았다 불 속에서도 만족은 타지 않았다 오줌 앞에서도 똥 앞에서도 만족은 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사람은 고유명사로 태어나 보통명사로 살아간다
제 이름을 대신하는 명사로 분扮해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분해서 허허 웃어버렸다

그의 이름은 눈치 없이 실실 웃는 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햇반처럼, 대일밴드처럼, 초코파이처럼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 서울처럼, 지프처럼, 스크루지처럼 친하지 않아도 친근하게 들렸다 갈 수 없어도, 가지거나 만나지 못
해도 섭섭지 않았다 그저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되었다 명사는 대체되지 않았기에 그의 이름은 하염없이 낡아만 갔다 그는 보통명사에서 추상명사가 되었다 사랑처럼 흔하고 희망처럼 귀하지만 삶처럼 끝끝내 막연했다 없음의 대명사처럼

물불 가리지 않았기에 그는 죽음 앞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똥오줌을 못 가렸기에 아기처럼 자연히 의연했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던 순간이 딱 한 번 있었다 그때 그는 웃음을 이해했다고 믿었다 웃느라 한 말에 감히 초상이 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


괄호를 열고
비밀을 적고
괄호를 닫고

비밀은 잠재적으로 봉인되었다

정작 우리는
괄호 밖에 서 있었다

비밀스럽지만 비밀하지는 않은

들키기는 싫지만
인정은 받고 싶은

괄호는 안을 껴안고
괄호는 바깥에 등을 돌리고
어떻게든 맞붙어 원이 되려고 하고

괄호 안에 있는 것들은
숨이 턱턱 막히고

괄호 밖 그림자는
서성이다가
꿈틀대다가
출렁대다가

꾸역꾸역 괄호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는
스스로 비밀이 되었지만
서로를 숨겨주기에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우리」


고유명사로 태어났지만, 너는 대명사로 불리는 일이 많았다. 너희라고 선을 긋는 사람, 우리라고 눙치는 사람, 자네라고 끌어당기는 사람도 원래는 모두 고유명사였다. 네 안에서 명사를 버리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너는 점점 고유해졌다.
태어날 때 너는 형용사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빛나고 귀여운 사람.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 유연하고 발랄한 사람. 사람들은 너를 보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없던 기운이 생긴다고 했다. 너의 성질은 물과 같았고 잠잠한 상태보다는 넘실대는 상태에 가까웠다.
어린 시절에는 수사와 친했다. 첫번째로 하겠다고 손을 드는 일이 많았다. 하나, 둘, 셋을 외치고 골목을 달음박질하는 일도 잦았다. 친구들이 늘어날 때마다 대명사를 사용하는 빈도도 늘었다. 무수한 너, 그중 네가 가장 좋아하는 너는 곧바로 네 단짝이 되었다.
단짝과 함께 있으니 너는 동사가 되었다. 상태에서 벗어나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또 다른 저기가 된 거기로. 동사가 되고 나니 명령하는 일이 늘어났다. 가만있어. 아프면 안 돼! 좀 웃어. 울지 마. 사랑해?
너는 조사를 탐했고 네 단짝은 관형사에 집중했다. 네가 너밖에 없다고 고백할 때 네 단짝은 그 말을 한 사람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때까지는 좋았다. 그뿐이었다. 관형사에는 원래 조사가 붙지 않아. 차갑게 돌아선 네 단짝은 단박에 그 사람이 되었다.
그때부터 너는 부사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너를 부풀리고 쪼그라뜨리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너무 힘들고 매우 아프고 굉장히 배고플 때가 많았다. 네 의견이 분명해지면서 정작 너는 희미해졌다. 마침내 부끄러웠다.
감탄사가 되었을 때 너는 깨달았다.

아, 이 문장이 아니었구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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