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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32041971
· 쪽수 : 434쪽
· 출판일 : 2023-08-21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일하는 기쁨의 비평적 변용 | 정과리
1부
일상적 삶의 변화와 시 읽기의 어려움
동아세아적 전통과 진정한 근대인의 길—이상의 경우를 중심으로
봄을 노래한 시와 인문주의적 시 읽기—이상화와 김영랑 읽기
민족의 시원을 향한 시인의 눈길—백석의 시
윤동주 문학과 초월적 상상력의 기반에 대하여
아, 청마! 그 의지와 사랑의 열렬함이여!
2부
시, 상처를 다스리는 신음 소리—정일근의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몸과 더불어 사는 기쁨—황동규의 『사는 기쁨』
‘나’라는 이상함, 혹은 불편하게 살아가기—김경미의 『밤의 입국 심사』
상흔의 세월과 홀로 당당해지려는 의지—류근의 『어떻게든 이별』
3부
시대에 대한 통찰과 내면세계의 확장—염상섭의 「만세전」과 『삼대』 읽기
이청준 문학의 근원을 찾아서—소설의 원형, 원형의 소설 형식에 대한 고찰
유년기의 한스러움과 고향으로 가는 힘든 여정—이청준의 경우
역사에 대한 회의와 ‘기록’으로서의 소설—이병주의 경우
소설가의 성숙과 주인공의 성장—김원일의 『늘푸른 소나무』
낯설고 위험한 소설 앞에서—박상우의 『비밀 문장』
4부
비평의 숙명으로서의 작품 읽기
문학 교과서와 친일 문제, 그 해결점을 찾아서
해방기 시문학 연구에 나타난 문제점과 향후의 과제
청마 유치환을 향한 친일 의혹, 그 문제점에 대하여
5부
중국에서의 한국문학 번역 출판의 현황과 문제점
번역의 이상과 현실
한국문학과 외국 문학의 관계―과거‧현재‧미래
한‧중 문화의 이질성과 동질성에 대하여―비교 연구를 위한 몇 가지 단상
홍정선(洪廷善) 연보
수록 글 발표 지면
책속에서
시를 이해하는 데 독자의 직접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직접적 경험 없이도 유추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시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러나 김소월의 「옷과 밥과 자유」를 읽으면서, 당시의 의식주 생활을 체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이해의 깊이와 정서적 공감 정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시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 질문이다. 우리는 시 교육의 측면에서도, 인문 교육의 측면에서도 과거의 문화적 기반을 이루는 전통사회가 붕괴되고 일상적 삶으로부터 얻는 경험적 지식이 사라져가는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보아야 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모르는 것을 낯설게 여기고, 낯선 것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드러내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본능이 습관화되기 전에,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시를 어떤 방식으로 올바르게 이해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 소중하게 이어받아야 할 유산과 버려야 할 인습을 선택하는 문제를 젊은이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_「일상적 삶의 변화와 시 읽기의 어려움」
이청준은 고향 사람들이 어떤 허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던 태도, 자신의 출생이 남루한 데에서 비롯된 “내 탓입니다”로 돌리던 그 태도를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보편적 ‘피의자 의식’으로 바꾸어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이청준의 초기 대표작인 『소문의 벽』 『조율사』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등이 탄생했습니다. 가난이 원죄처럼 따라다니며 소설가를 ‘피의자’로 만드는 모습을 소설의 서술 방식과 주인공의 의식에서 보여주는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들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를 일종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던 당시의 권력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자, 까닭 없이 스스로를 죄인으로 간주하며 살아야 하는 폭력적 시대에 대한 용기 있는 항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이청준이 장흥에서 체험했던 가난과, 허기와, 죄의식과 부끄러움은 여느 지역의 사람들이 체험했던 동일한 체험과는 달리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기억하는 보편성을 획득했습니다.
_「유년기의 한스러움과 고향으로 가는 힘든 여정」
청마 유치환은 혼란스러운 해방기와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타락이 극에 달하던 1950년대 후반기에 누구보다 용기 있게 시적 저항을 펼쳤던 시인이었다. 예언자적인 목소리로 거리낌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질타를 가하던 시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당시 용기 있고 강직한 문화인의 표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시절에 그가 쓴 저항과 분노의 시들이 시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면, 아마도 그에 대한 우리의 존경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 사실은 지금 우리가 청마를 독립운동가 유치환이 아니라 시인 유치환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 청마는 우리 문학사에서 인격과 작품이 일치하는, 드문 경우였다. 시는 곧 진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를 쓴 사람이었다. 자신의 시와 이름을 동일시한 사람이었다. 그런 청마를 향해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친일 문제를 거론하며 과격한 인격적 모욕을 가하는 일은 비극적이다. 한국문학사의 의미와 가치는 중요한 작가를 올바르게 존경하는 자세 없이는 형성되지 않는다.
_「청마 유치환을 향한 친일 의혹, 그 문제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