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언어학/언어사
· ISBN : 9788968178948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0-05-31
책 소개
목차
인문학연구원장 인사말
머리말
1부 문자적인 것과 이미지적인 것
문자의 도상적 유형론과 문자에 기반한 상상계•안 마리 크리스탱
한국시사에서의 문자적인 것의 기능적 변천•정명교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속 이상 삽화의 화면 구성•도윤정
문자와 그림 사이, 조선시대의 문자도•심지영
2부 동양의 서예와 그림
육조시대 서예론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강여울
일본의 편액과 문자의 힘•파스칼 그리오레
에도 시대 일본의 문자와 이미지•마리안 시몽 오이가와
대만 현대미술가 로칭의 그림·서예·시 사이의 변주•마리 로레이야르
3부 서양의 예술과 문자문화
아테네의 공공 기록 속 문자와 형상•김혜진
서유럽 로마네스크 조각에 나타나는 문자와 이미지 만들기•뱅상 드비에
마리 드 부르고뉴의 기도서에 표현된 독자의 이미지와 문자문화•이혜민
들라크루아, 피카소 그리고 앗시아 제바르의 “[거처의] 알제의 여인들”•김미성
출처
저자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자의 도상적 유형론과 문자에 기반한 상상계
안 마리 크리스탱(파리7대학)
I. 문학에서 문자로
필자가 검증받고자 하는 견해는 문자에 관한 필자의 연구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데, 1970년대에 시작한 그 연구는 19-20세기 문학 작품과 시 작품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몇몇 작품이 ‘보이는 것(le visible)’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이해하고자 애썼는데, 그 관계가 무척 희한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작품에 개입했는데, 그것은 가령 외젠 프로망탱에게서는 조형적이었고 폴 베를렌에게서는 감각적이었으며 타이포그래피적인 것도 있었다. 실제로 필자는 말라르메의 ??주사위 던지기??(도판 1)와 피에르 르베르디의 ??지붕의 슬레이트(Les Ardoises du toit)??의 타이포그래피, 그 활자들과 특히 여백의 역할이 중요한 데에서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 작품들 속에서 페이지 조판은 곧바로 시적 활동에 포함됐는데, 말라르메에게서는 미리 작품 속에 통합된 ‘능동적인 독서’의 형태로, 르베르디에게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만들어진 ‘시각적 발화’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전이는 문자의 시각적 측면이 곧바로 (언어보다 더 결정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언어와 같은 자격으로 이런 창작물의 기원에 개입되었을 때에만 고안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시각적 측면이 그것 혼자서도 그 창작물의 효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의 표의문자 체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비교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그들 모두가 그 문자 체계들이, 별이 뜬 하늘을 고찰한 것에 기초한 도상적 기원들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리스-라틴 알파벳에서는 ‘보이는 것’에 어떤 자리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었다. ‘문자(lettre)’는 필연적으로 ‘형상(figure)’을 지녔지만 이 형상은 자신을 작동시켰던, 그리고 순수하게 언어적이었던 개념에 의해 사전에 거의 약화되고 폐기되었다. 실제로 그 점을 보여주는 논증들은 없지 않았다. 그리스 문자의 형태는 페키니아인들에게서 빌려오지 않았는가? 그것은 그리스 문자의 형태가 그 자체로는 어떤 특성이나 관여성(pertinence)도 지니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아니 오히려, 그리스 철자들의 형태는 자신보다 먼저 있던 체계들의 공허함을 상징하기까지 했는데, 그 이전의 체계들은 장식적인 이미지와 쓸데없는 것들로 모두 번잡했고 그리스 문자의 형태는 그것으로부터 최소한의 선(그래픽)을 추출해낼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것이 70년대 언어학자들과 기호학자들의 관점이었는데 이 관점은 서구 역사 내내 유포된 이론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 이론들 중 가장 과격한 것은 라틴 민족으로부터 온 것이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문자가 하나의 “말의 재현”이며 어떻게 보면 말의 반영물이라고 믿었다. 그런 해석의 여파로 이미지 그 자체의 분석에 가해진 피해들을 우리는 안다. 이미지들은 “의미를 띠기” 위해 구조적으로 분할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