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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042183
· 쪽수 : 443쪽
· 출판일 : 2023-10-09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Ⅰ 기억의 자리들
땅끝, 그 끝의 환한 열림
숲과 문화, 그리고 숲의 문화
품위의 문화사회를 향하여
아름다운 우리 책, 그 말과 그림과 집
예술 창조의 숨은 위엄
자유의 광장 문화를 향하여—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축하하며
인간 이해의 착잡함—이완용의 경우에서 시작된
정치가의 말
포용과 배제
작가를 기리는 방법
평화의 촛불—탄핵 사태와 관련하여
기림—황인철 변호사
Ⅱ 기억의 형상들
노후의 책 읽기—마지널리언marginalian의 즐거움과 불편함
희망은 처참을 넘어야—김규동의 시 「희망」을 읽으며
김수영 기사에 대한 후기
맏형 같은 최일남 선생님
자유와 현실―최인훈의 경우
훨훨 날아오르소서, 최인훈 선생님
못 가진 것들에 대한 시샘―종기에게
이청준 문학에의 그리움
오규원에게 보내는 뒤늦은 감사와 송구―그의 첫 시집 『분명한 사건』을 다시 읽으며
“평생이 이 순간임을,”―김형영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에 비춰
시대의 고통과 역사에의 열정―정영현의 『꽃과 제물』을 읽으며
시대에 무릎 꿇었던 거물 애국자 정해룡
아름다운 작은 씨앗이 피울 제비꽃 한 송이―민병일의 『바오밥나무와 달팽이』 짚어 읽기
Ⅲ 기억 일구기
문단의 세대연대론
‘작은 시작’의 의미―김은국의 『빼앗긴 이름』
허무주의적 낙관
미망을 거부하는 미망―『새 옷 좋아하는 임금님』의 해학
왜 글을 못 쓰는가―이청준과 박태순의 경우
이념의 현실화를 위한 조건
Ⅳ 숨어 있는 기억들
눈 오는 밤
정야(靜夜)
난(蘭)
거리(距離)
여상(旅想)의 빛—정지영 작(作)
승화의 시
나다나엘이여, 나는 그대를 보았노라
현대에 있어서의 자유의 변질—그 시론
Ⅴ 기억을 밝히다
인촌상 수상 소감
공로상 수상 소감
“대결 아닌 관용의 시대…… 주저 말고 젊은 세대에 맡겨라”—조철환과의 대담
도저한 자유-지성의 부드러운 성찰—우찬제와의 대화
책, 그 질긴 인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카이브는 주로 그 예술가들이 남긴 문자들로 집중되겠지만, 그것은 예술 이전의, 예술 바깥의, 또는 예술 이후의 예술적 속살이 되고 예술가의 실재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술의 잡것들이 완성된 예술품의 자산이 되며 우리의 예술 이해와 그 사랑에 관여하고 있을 것입니다. 성취를 향한 실패의 집적, 완성에 이르기 위한 도정의 쓰레기들, 끝내 이를 수 없을 최종을 향한 중도의 좌절 기록들이 우리가 존중하고 수용해야 할 아카이브의 내용과 실재일 것입니다. 역사와 예술이 하나의 집요한 진행이라면 아카이브의 소장품들은 그 진행이 만들거나 흘린 물적 증거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소한 유품들, 쓰잘 데 없어 보이는 잡품들이 인간의 진짜 기록이고 살아 움직이는 역사와 예술의 증후가 될 것입니다.
_「예술 창조의 숨은 위엄」
세대와 세대 간의 거리는 근본적인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질이나 사고 양식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이벤트에 대한 감응의 농도가 다르고, 그들이 보는 각도와 역점이 다르기 때문이며, 결코 이방과의 대화나 사생아적 이복은 아니다. [……]
사람들이 흔히 두려워하는 것은 변화 자체인데, 우리 현실에서 템포가 지나치게 빠른 변화가 경외감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한편, 그 두려움은 변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던 데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러나 기존 관념이란 정적이지만 시간은 유동하고 그 유동이 수반하는 변화는, 응고된 사람에게 허무맹랑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은 작가들이 그만큼 생생한 스태미나를 잃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것은 구세대나 신세대가 다 같이 받아야 할 충고이다.
_「문단의 세대연대론」
책이란, 그리고 그 책 읽기란, ‘인생’이란 진지한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그것의 존재론적 무화(無化)를 깨닫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기자→편집자→저자→역자→발행인, 다시 독자로의 귀환이란 끈질긴 인연에도 불구하고, 나는 충만했던 것도 아니지만 공허를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 모호하면서도 지우지 못하고 있는 [……] 책과의 미진한 인연은 내게 삶을 덧없이 얽는 장식일지도 모른다.
_「책, 그 질긴 인연」